"금고 절도범,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구하라 5주기 [그해 오늘]

  • 등록 2024-11-24 오전 12:02:30

    수정 2024-11-24 오후 10:26:4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19년 11월 24일, 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구 씨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된 올해 유난히 그를 돌이켜볼 일이 많았다.

고(故) 구하라 씨 자택에 침입해 금고를 훔쳐간 남성의 몽타주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구 씨의 오빠는 지난 8월 한 매체를 통해 “‘구하라’라는 이름처럼 슬픈 삶을 살아왔던 분들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부합하는 곳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밝힌 소감이었다. 구 씨 오빠가 입법 청원을 한 지 약 4년 반 만이다.

구 씨가 세상을 떠나자 20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친모가 돌연 변호인을 대동하고 장례식장에 나타났고, 고인의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했다.

당시 자녀가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이 부모에게 상속됐기 때문에, 양육하지 않은 친모는 구 씨 재산의 40%를 가져갔다.

구 씨 오빠는 입법을 청원하며 상속을 막으려 했지만 정쟁에 밀려 20대와 21대 국회에서 폐기 절차를 밟기도 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자녀를 학대하거나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BBC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올해 5월엔 구 씨가 ‘클럽 버닝썬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BBC 다큐멘터리 ‘버닝썬-K 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를 통해 새롭게 알려졌다.

2019년 서울 강남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과 마약, 성범죄 등에 다수의 K팝 스타가 연루됐던 사건으로, 구 씨가 선뜻 돕겠다고 나선 이유는 자신도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구 씨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최종범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구 씨는 버닝썬 사건 관련 ‘연루된 경찰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데뷔 때부터 친분이 있던 FT아일랜드 최종훈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물려 지난 6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구 씨가 숨진 뒤 일어난 금고 도난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49재를 마치고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날인 2020년 1월 14일, 구 씨의 자택에서 금고가 사라졌다. 2개월 뒤 금고 도난 사실을 안 구 씨 오빠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약 9개월간 수사에도 끝내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방송에 따르면 범인은 구 씨 자택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듯 누르고 들어가려 했고, 문이 열리지 않자 담을 넘어 다른 귀중품은 두고 금고만 들고 사라졌다.

구 씨 측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금고 안에는 구 씨의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는데, 왜 그것만 특정해서 절도해 갔는지에 대한 동기나 경위는 좀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구하라 씨 영정 사진
구 씨 사망이 버닝썬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의혹이 더해진 가운데, CCTV 영상을 토대로 한 금고 도난 용의자의 몽타주가 눈길을 끌었다.

일부 누리꾼은 몽타주가 ‘가수 지코와 비슷하다’며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고, 과거 방송에서 그가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황금폰’이라고 언급한 것까지 재차 도마에 올랐다.

루머가 커지자 지코 소속사는 선처 없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몽타주 관련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지만 아직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구 씨 지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족과 지인들에게 CCTV 영상 등을 보여줬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 점을 들어 손수호 변호사는 “(누군가) 사주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손 변호사는 CBS 라디오에서 이같이 밝히며 “금고의 무게도 주목해야 한다. 빈 금고의 무게가 31㎏ 정도인데, 혼자 들고 계속 이동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집 밖 어딘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고를 설령 혼자 이동시켰다 하더라도 이걸 열거나 부수거나, 어떻게든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져간 거였다면 금고 전문가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봤다.

손 변호사는 “절도죄 공소 시효가 7년이다. 이 일은 4년 반 전에 일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며 “제보해주시면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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