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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는 지난 17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서울 SK에 62-58로 승리,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참으로 길었던 첫 우승이다. LG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창단했다. 그동안 정상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정규리그 1위는 2013~14시즌 한 차례 이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G의 오랜 숙원을 풀어준 주인공은 조 감독이었다.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시절 명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조 감독은 2022년 LG 지휘봉을 잡은 뒤 특색 없는 팀 컬러를 바꾸기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경기 영상을 분석하다 훈련장 감독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구단 관계자들이 건강을 걱정할 정도였다.
조 감독은 준비 과정이 꼼꼼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강한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의 농구를 ‘현미경 농구’라고 부른다.
조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단 구성을 철저히 분석했다. 부임 당시 LG를 이끌던 주축 선수들은 이재도(소노), 이관희(DB) 등이었다. 조 감독은 ‘이들로는 공격 농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공격보다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득점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해 승리를 이루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우승까지 이루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중요한 고비에서 경기를 이끌어줄 해결사가 없었다. 특히 지난 시즌 수원KT와 4강 PO 5차전이 조상현 감독에게는 큰 상처가 됐다. 전반전 16점까지 앞섰던 리드를 후반에 연속 실책으로 날리고 역전패 당했다. 경기 후 그는 극심한 좌절감을 숨기지 못했다.
조 감독은 시즌 뒤 개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격 효율이 떨어졌던 이재도와 이관희를 다른 팀으로 보내기로 했다. 대신 양준석, 유기상 등 젊은 기대주 중심으로 팀을 바꿨다.
2001년생 연세대 20학번 동기인 양준석과 유기상은 ‘조상현 호’의 ‘화룡점정’이었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올라선 양준석은 정규리그 평균 실책이 1.6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외곽슛과 수비에 능한 유기상은 중요한 고비마다 귀중한 3점을 꽂아 넣었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국가대표 슈터 전성현과 2017~18시즌 MVP 출신 두경민이 부상과 불화 등의 이유로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름값은 떨어져도 열심히 뛰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조상현 농구’에 더 필요했다.
조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이루는 기록을 세웠다. 선수 시절에는 명슈터로 1999~00시즌 청주 SK의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 후에는 코치로 2015~16시즌 고양 오리온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9년 뒤에는 사령탑으로 프로농구 정상에 섰다. 이는 김승기 전 소노 감독, 전희철 SK 감독에 이어 KBL 역대 세 번째다.
우승 세리머니 때 울컥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조 감독은 챔프전 우승 후 인터뷰에서 “ 나는 찡찡대고 손도 많이 가고 부족한 부분도 많은 사람이다”며 “프런트, 코치들, 스태프들이 다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작년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과감한 트레이드를 결정했는데 진짜 고민이 많았고 스트레스가 컸다”면서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수비 방향, 오펜스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와 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울러 “전희철 감독님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근데 그것도 내가 하는 게 아니었다. 하늘이 정해주고, 선수들이 만들어 준 우승이었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