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 국가(The Star-Spangled Banner)의 스페인어 제창 사건이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라틴 팝 가수 네자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 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에 앞서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부른 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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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지난 15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 시작 전 촉발됐다. 라틴 팝 가수 네자(본명 바네사 에르난데스)가 미국 국가를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부른 것. 이 장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뒤 하루 만에 120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네자가 부른 ‘엘 펜돈 에스트레야도(El Pendon Estrellado)’는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요청으로 제작된 미국 국가의 공식 스페인어 번역본이다.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보관 중인 이 번역본은 최근 LA 일대에서 벌어진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단속에 대한 항의와 연대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네자는 19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원래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은 ‘스팽글리시’ 버전을 준비했다”며 “하지만 관중석에 가득한 라틴계 가족들을 보고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퍼포먼스는 나의 정치적 메시지”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데, 그들과 함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네자 측은 “공연 직후 신원을 밝히지 않은 다저스 구단 관계자가 ‘앞으로 구단과는 끝’이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저스 구단은 “해당 공연에 대한 감정은 없으며, 네자를 다시 구장에 초대할 의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자는 “더 이상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다시는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이민자 정책, 라틴계 커뮤니티의 자존감,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정치적 메시지 표현 자유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다저스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키케 에르난데스는 “우리 도시와 커뮤니티가 학대받고 분열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LA는 제 2의 고향이며, 모든 사람은 존엄과 인권을 갖고 대우받아야 한다”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에르난데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