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우린 파인다이닝(최고급 식사) 레스토랑은 아니예요. 하지만 요리 비법으로 줄 서서 먹는 맛집을 만들 겁니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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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강원FC 지휘봉을 잡은 정경호 신임 감독은 각오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어떤 재능이 있고, 어떤 재료인지 명확히 알고 있기에 최고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소한 김치찌개 재료로 된장찌개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감독은 축구 지도자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빗대가며 책임감을 얘기했다. 그는 “현역 시절 2004 아테네 올림픽, 2006 독일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누구나 알 만한 이름값이 없는 인물이니 감독 기회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흑수저 지도자”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내가)잘해야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지도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이제 막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약 10년의 코치 생활을 했기에 K리그1 무대 경험은 누구보다 풍부하다. 그의 감독 발탁은 의외였다. 지난 시즌 강원은 38경기에서 19승 7무 12패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2009년 K리그 합류 후 최고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전 최고 순위가 6위였으니, 얼마나 뜨거운 한 해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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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강원은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윤정환(인천유나이티드) 감독과 결별하고 수석코치였던 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정 감독의 첫 사령탑 커리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정 감독은 리그를 대표하는 전술가다. 상주상무(현 김천상무), 성남FC를 거쳐 강원까지 그가 코치 직을 맡았던 곳마다 성과를 내자, 팬들 사이에선 코치가 진짜라는 의미에서 ‘코치 본체설’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치만 했던 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
정 감독은 “많은 팀을 경험하면서 ‘이제 준비가 됐는데’, ‘감독할 때가 됐는데’ 생각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많이 부족했다”면서 “계속 많은 경험을 적립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를 마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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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경호를 향한 응원도 많다. 정 감독은 “광주FC 이정효, FC안양 유병훈 감독님 등은 오랜 시간 코치로 잘 준비한 지도자가 감독을 하는 분위기여서 좋고 잘됐으면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비슷한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이유가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오랜 코치 생활을 뒤로하고, 이제 감독 출발선에 선 그는 “어렵게 기회를 받았지만, 그동안 노하우와 시스템을 잘 구축해왔다”면서 “어떻게 적용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세계에 있는 한 모든 게 시험대”라면서 “그래도 불안하진 않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