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북미에서 개봉 후 3주 만인 오는 25일께 현지에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가뜩이나 침울한 극장업계는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미키 17’의 충격적인 흥행 부진에 국내 관객 300만 명 돌파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현지 VOD까지 풀리면 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사람이 더 줄어들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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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개봉 영화가 한 달도 안 돼 VOD에 풀리면 누가 티켓값을 지불해가며 극장을 찾겠느냐”며 “믿었던 ‘미키 17’이 이런 수순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영화가 극장에서 다른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기간이 짧아질수록 극장 관객 수는 급감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OTT의 파상 공세에 기진맥진 상태인 #CJ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자체 체험 콘텐츠 개발, 신사업 확장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관들의 자구책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메가박스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가 1754억 원으로 불어났고, CGV와 롯데시네마도 국내 사업은 적자다.
영화계에서는 극장의 위기가 배급사·제작사 등 영화산업 생태계 붕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영화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영화관들이 독립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명맥을 이어가려면 ‘홀드백’(개봉 후 다른 플랫폼 공개 전까지 두는 유에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는 영화산업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넷플릭스와 협약을 체결해 개봉영화의 15개월 홀드백을 보장한다. 국내 영화계에선 최소한 6개월의 홀드백은 확보돼야 OTT와 상생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지원을 받은 영화에 한해 홀드백을 시범 적용했다. 이젠 홀드백을 법제화 할 때다. 늦어지면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 한 번 무너진 생태계는 되살리기 힘들다.
 | 김보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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