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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은 22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듄스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경기를 끝낸 뒤 고개를 저었다. 그는 “페어웨이는 개미허리처럼 좁게 만들어 티샷에 바짝 신경을 써야 했다”면서 “러프에 떨어진 공을 치면 플라이어가 발생해 거리 조절이 어렵고, 핀의 위치는 마치 3,4라운드를 하듯 까다로운 곳에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플라이어란 공과 볼 사이에 잔디 등 이물질이 끼어 공에 백스핀의 양이 줄고 런이 발생해 예상보다 멀리 가는 현상을 말한다.
내셔널 타이틀로 열리는 한국오픈은 전통적으로 까다로운 코스가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는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페어웨이는 좁고 그린이 단단하고 빨라서 두 자리 언더파 우승자가 잘 안 나왔다. 개장 32년이 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은 올해 그린 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오픈 개최 장소를 라비에벨 듄스 코스로 변경됐다. 코스가 바뀌면서 난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 밖의 삼중고에 발목이 잡혔다.
코스는 총 전장 6792m(7426야드)에 파71로 세팅했다. 파5 홀 3개에 파4 홀 11개, 파3 홀 4개로 진행한다. 5번 홀은 총 길이 555m(607야드)로 가장 길고, 400야드 이상 파4 홀은 총 7개다. 9번 홀은 471야드로 파4 홀 중에서 가장 길다. 파3 홀은 전체 4곳 중 3곳이 200야드 이상이다. 평균 페어웨이 너비는 15~20m로 평상시 운영 때보다 절반 가까이 좁혔고, 러프는 페어웨이에서 가까운 쪽이 35mm, 깊은 곳은 50mm 이상을 유지했다. 그린 스피드는 평균 3.8m로 빠른 편이었다.
정찬민은 “코스가 전체적으로 까다로운 편이면서 러프에서 플라이어가 자주 나와 더 어려웠다”며 “플라이어를 예상하고 짧게 치려 해도 예상한 것보다 더 멀리 가서 고전했다. 게다가 파3 홀에선 핀 위치로 까다로워 타수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다. 타수를 줄일 홀이 많지 않았다”고 고전한 이유를 전했다.
예상 밖의 난코스에서 펼쳐진 첫날 경기에선 무명과 아마추어 돌풍이 거셌다. 투어 3년 차 정유준은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골라내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25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든 적도 없었지만, 이번 대회 첫날 개인 최소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정교한 티샷이 ‘노보기’로 끝낸 발판이 됐다.
17세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민수(호원고부설방통고)도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 돌풍에 동참했다.
한국오픈에서 예선 통과자가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유준이 우승하면 예선 통과자로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된다. 아마추어 우승은 1998년과 2001년 두 번 나왔다. 김대섭이 고교 2학년 때 처음 제패했고, 3년 뒤 대학생 신분으로 다시 참가해 두 번째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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