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이란의 영화예술운동가이자 반체제 영화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의 ‘언 심플 액시던트’(An Simple Accident)였다.
 |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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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한국시간) 오전 남부 프랑스 남부 도시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칸영화제 폐막식이 개최됐다. 이날 폐막식에는 우리나라 영화인 중 여섯 번째로 심사위원단에 함류한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심사위원장인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를 비롯해 미국 배우 겸 감독 할리 베리, 인도 감독 겸 작가 파얄 카파디아. 이탈리아 배우 알바 로르와처, 프랑스-모로코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미국 배우 제레미 스토롱 등 9명의 심사위원들도 함께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신작 ‘언 심플 액시던트’의 영광으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파나히 감독이 지난 2002년 구금됐다가 석방된 후 처음으로 만든 신작으로 전해졌다. 파나히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모든 문제를 제쳐두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이란)의 자유”라고 외쳤다.
파나히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수상 이력과 평단의 극찬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거장이다. 그는 장편 데뷔작인 ‘하얀 풍선’(1995)으로 제48회 칸영화제 신인감독이 받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고, ‘붉은 황금’으로 제5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3개의 얼굴들’로 제71회 칸영화제 각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심사위원단이 축하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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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인 그랑프리상에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 ‘센티멘탈 밸류’가 수상했다. 3등 심사위원상은 올리바 라세 감독의 ‘시라트’, 마샤 쉴린스키 감독의 ‘사운드 오브 폴링’이 공동 수상했다.
브라질 영화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류 감독이 연출한 ‘더 시크릿 에이전트’가 경쟁 부문 2관왕을 품었다. 이 영화로 클레버 멘돈사 필류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고, 주연인 와그너 모라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홍상수 감독은 이날 폐막식에서 남우주연상의 이름을 호명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배우 나디아 멜리티는 ‘더 작은 시스터’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올해로 칸영화제에 10번째 초청을 받은 다르덴 형제 감독(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신작 ‘영 마더스’는 각본상을 받았다. 특별상은 중국 비간 감독의 신작 ‘레저렉션’이 품에 안았다.
단편 영화 황금종려상은 타우픽 바롬 감독의 ‘아임 글래드 유아 데드 나우’가 받았고, 신인 감독들이 받는 황금카메라상에는 하산 하디 감독의 ‘더 프레지던트스 케이크’가 수상했다.
 |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페막식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홍상수 감독.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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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가영 감독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Cannes)의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뷔누엘 극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 감독은 2025년 제78회 칸영화제에서 각국 영화 아카데미의 중단편 작품들이 경쟁하는 ‘라 시네프(La Cinef)’ 부문에서 작품 ‘첫 여름(First Summer)’으로 1등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거뒀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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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한국 영화 장편은 칸영화제에서 한 작품도 후보로 호명되지 못했다.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하지만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 허가영 감독의 실사 단편 ‘첫여름’(라 시네프(구 시네마파운데이션)) 등 단편 영화 두 편이 후보로 초청을 받아 구겨진 한국영화의 체면을 세웠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에서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 부문에서 1등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 영화가 이 부문에서 1등상을 받은 건 이번이 최초다.
이 부문 1등상 수상자는 1만 5000유로(약 2340만원)의 상금도 지급받는다.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 대신 연하 남자친구 학수의 49재에 가고 싶은 노년 여성 ‘영선’(허진 분)의 시선과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노년 여성의 시선에서 지난 삶을 떠올리는 과정을 한국적 색채로 풀어내면서 금지된 여성의 욕망을 조명한 작품으로 상영 후 기립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