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12부→1부 프로行 사다리…독일 축구의 힘 ‘풀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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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제가 답이다]1-①독일의 성공에서 배운다
2200개 리그, 3만개 팀 활동
실력만 이쓰면 최고단계까지 승격
하키·핸드볼 등 대부분 종목 도입
K리그 승강제 ㅈ어착, 팀 창단 경쟁
정부, 11개 종목 승강제 확대 추진
  • 등록 2025-10-17 오전 12:27:18

    수정 2025-10-23 오전 10:35:06

대한민국 스포츠에 새 바람이 분다. 승강제는 ‘경기력에 따라 팀이 상·하위 리그로 오르내리는 제도’다. 흔히 ‘스포츠 피라미드’로 불린다. 더 넓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열어 리그의 건강한 성장과 지역 균형, 시장 자생력을 키우는 장치다. 한국에서는 승강제의 의미가 더 크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하나의 사다리로 묶어내는 통합 구조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 체육회로 합쳐진 것이 통합의 시발점이었다면, 승강제는 그 통합을 실질적인 결실로 완성할 열쇠다.

제도가 안착하면 한국 체육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참여 저변이 넓어지고,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아직 재정·인프라·제도 보완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승강제가 한국 체육의 체질 개선과 새판짜기에 있어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데일리는 한국형 승강제가 나아갈 길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2024~25시즌 4부리그 레기오날 베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햐 3부리그 승격을 이룬 MSV 뒤스부르크. 사진=MSV 뒤스부르크 구단 SNS
[묀헨글라트바흐(독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독일 헤센주 다름슈타트에 브리타 아레나. 관중석 1만5000석 정도에 불과한 작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독일 프로축구 3부리그 경기. 20대 젊은 팬부터 70~80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지역팀인 SV 베헨 비스바덴을 열렬히 응원한다.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만큼의 화려함은 없다. 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열정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경기장이 작고 그라운드와 가깝게 붙어 있다 보니 현장감은 더 뜨겁다.

비스바덴은 2년 전 2부리그인 ‘분데스리가2’ 승격을 맛봤다. 1926년 창단 이래 구단 역사상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다. 2부리그에 머물렀던 시간은 한 시즌뿐이었다. 지금은 영광의 시간을 꿈꾸며 다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 축구 리그는 거대한 피라미드다. 2200개가 넘는 리그와 3만 개 이상 팀으로 촘촘히 짜여 있다. 팀 규모와 재정에 상관없이 한 줄로 이어진 시스템을 갖춘다. 위로 올라갈수록 문은 좁아지고, 경쟁은 심해진다. 그 정점이 분데스리가라 부르는 1부리그다.

이는 축구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농구, 핸드볼, 배구, 하키, 럭비 등 대부분 종목에 최상위 단계인 분데스리가가 존재한다. 승강제는 프로와 아마추어 리그 간 성적에 따라 리그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유럽 등 서구 지역에서 스포츠 생태계를 이끄는 중요한 근간이다.

독일은 승강제의 가장 모범적인 예로 평가받는다. 흔히 독일식 승강제를 두고 ‘꿈의 사다리(Die Traumleiter)’라고 표현한다.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원칙을 바탕으로 리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가치까지 이루려고 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독일의 승강제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성’이다. 상위와 하위 리그 간 승격·강등 기준이 명확하고, 플레이오프까지 투명하게 운영된다. 참가 팀 모두에게 일정한 기회를 보장한다, 유소년부터 지역 아마추어도 이론적으로 가장 높은 단계까지 도전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다. 이는 축구 인프라와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한다.

독일은 3부리그부터 프로로 인정한다. 이후 각 지역 단위로 리그가 분화된다. 시즌을 마치면 리그별 우승 및 하위팀이 상하 리그로 오르내린다. 이런 개방성은 승강제의 심장이다. 아무리 작은 구단이라도 긴장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선수들은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물론 실력만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으로 파고들면 경기력과는 별개로 시설, 재정, 인프라 등 승격을 위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를 ‘라이센스’, 즉 ‘자격’라고 부른다. 각 팀은 상위리그로 올라갈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시설 투자, 마케팅 등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 자연스럽게 리그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한때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몸담았던 MSV 뒤스부르크는 현재 독일 프로축구 3부리그에서 경쟁 중이다. 한때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프로팀 라이센스’를 거부당했다. 아마추어 단계인 4부리그(레기오날리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단과 지역, 팬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각 팀이 죽으라 상위리그로 올라가려고 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도 크다. 독일의 경우 구단 수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계권료다. 상위리그로 올라갈수록 벌어들이는 수입의 차이가 업청나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크리스티안 코케 뒤스부르크 마케팅 총괄책임자는 “3부리그 팀들은 1위부터 최하위까지 균등하게 약 120만 유로(약 20억원)를 받는다”며 “반면 2부리그로 올라가면 최하위 팀도 약 1000만 유로(약 165억원)를 번다. 3부리그 팀들이 목숨 걸고 2부리그로 올라가려고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폰서 기업들의 규모도 달라진다. 현지에서 취재한 3부리그 팀의 경우 후원 기업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회사다. 하지만 1부리그로 올라가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대기업과 손을 잡을 수 있다.

2024년 프로축구 K리그2 우승으로 K리그1 승격을 이뤄낸 FC안양. 사진=프로축구연맹
한국 스포츠도 승강제를 통한 활기를 기대하고 있다. 축구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축구는 2012년부터 승강제가 시작됐다. 처음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반강제적인 압박 때문에 억지로 시작한 느낌도 있었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2부로 떨어지면 구단을 해체하겠다’는 협박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지금은 승강제가 자리를 잡았다. K리그2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씻었다. 지금은 팀을 창단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시즌에 화성FC가 새로 가입한데 이어 내년엔 용인시, 파주시, 김해시가 팀을 창단한다. 승강제 시스템이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고 종목 전체 발전으로 이어진 대표적 예다.

한국 축구는 독일 등 유럽과 비교해 완전한 승강제라고 하기 어렵다. K리그1과 K리그2를 오르내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하 리그에서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년 성적을 바탕으로 2027년부터 K리그2와 K리그3 간의 승강제, K4리그와 K5리그의 승강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한국 스포츠 생태계에 디비전 리그 기반의 지속적 경쟁 구조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축구·야구 등 단체종목은 승강제를 중심으로 하되, 탁구·당구 등 개인/랭킹종목은 지역 단위의 ‘디비전 리그’를 통해 수준별 정규 리그를 상시 운영한다.

승강 적용은 종목 특성과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도입하며, 2025년에는 11개 종목을 대상으로 종목별 운영모형에 따라 리그를 확장 중이다. 향후에도 승강과 디비전을 병행해 생활·전문 연계를 강화하고 저변을 넓혀 갈 계획이다.

2025년 승강제리그를 위해 지원 실행되는 예산은 무려 245억53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231억7200만원에서 5.9% 늘었다. 정부는 꾸준히 지원 예산을 늘려갈 예정이다.

승강제 공모에서 선정된 종목별 체육(주관)단체의 경우 축구 37억4800만원, 야구 24억3000만원, 당구 25억8300만원, 탁구 25억3000만원, 테니스 20억400만원, 배드민턴 17억2300만원, 족구 20억490만원, 농구 21억원, 배구 21억원, 핸드볼 8억7500만원, 하키 8억7500만원을 지원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도 1억5000만원을 실행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승강제 핵심은 진정한 스포츠 경쟁성과 지역과 생활체육의 저변확대에 있다”며, “프로 구단부터 지역 동호인 팀까지 누적 1000여 팀 이상이 승강제를 경험하게 된다. 생활체육의 새로운 활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승강제가 뿌리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생력이다. 정부가 지원을 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각 종목 스스로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예산 따먹기’를 위한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심사에서 핵심 고려사항은 주관단체 추진의지 및 핵심역량”이라며 “재정 투명성 및 재정 자립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한국스포츠과학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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