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폴킹혼 니드 대표]전 세계 기술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 에이전트(Agent)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있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와 외부 도구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에이전트들과 협업해 주어진 목표를 자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AI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며 복잡한 작업 흐름을 수행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기존 챗봇과는 다르다. 정보 수집부터 내부 추론, 실행, 피드백과 조정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자율적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하며 필요에 따라 외부 도구나 시스템과 연동해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이전의 작업 경험을 학습해 스스로 조정해 나간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차별화한 장점이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도 AI 에이전트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로 시청각을 비롯한 여러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멀티모달(Multimod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대응 능력을 갖춘 AI를 공개했으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복잡한 요청을 처리하는 ‘에스터’를 선보였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영상 촬영, 진단, 상담, 치료 계획 수립 등 여러 부서가 협업해야 하는 복잡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AI 에이전트는 새로운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환자의 질병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요약하며 최신 연구 결과와 치료 가이드라인을 검토해 의료진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돕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보다 환자 중심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암과 같은 고난도 치료 영역에서는 AI 에이전트의 진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병리학자는 AI를 활용해 디지털 병리 슬라이드에서 미세한 세포 이상을 조기에 식별하고 영상의학자는 AI의 즉각적인 병변 탐지 기능을 통해 기존 영상과 교차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종양학자 역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환자의 데이터를 최신 연구 및 임상 지침과 종합적으로 연계해 보다 정밀한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을 통해 암 치료의 전체 워크플로를 재구성할 경우 의사부터 의료 행정 담당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환자까지 모든 이해관계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개별 의사의 역량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병원 전체 시스템이 얼마나 유기적이고 잘 작동하느냐가 환자의 치료 성과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이렇게 성능이 뛰어난 암 치료 시스템이 점점 더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빅5’ 병원처럼 소수의 자원을 갖춘 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었던 고품질 치료 프로세스가 이제는 더 많은 의료기관에서 구현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단계를 넘어 협업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를 넘어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이자 동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간이 보다 인간다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진화의 시작이다. AI 에이전트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이미 현실 속에서 빠르게 증명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어디까지 왔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이 기술을 통해 어디로 가고자 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