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키링·카메라·와인잔… K팝 앨범의 변신은 무죄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30대 여성 직장인 박수현 씨는 최근 K팝 그룹 NCT 위시의 덕질(관심 분야를 열성적으로 파고듦)에 푹 빠져있다. 특히 NCT 위시가 컴백 때마다 내놓는 인형키링 버전 앨범이 귀엽고 호감 가는 디자인이어서 만족도가 무척 높다. 그는 “앨범과 굿즈(기획상품)가 결합한 형태여서 일반 앨범보다 소장 가치도 훨씬 높다”면서 ”인형키링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예쁜 쓰레기는 옛말… 소장욕구 높인 ‘K팝 앨범’ 대세

독특한 아이디어와 실용성을 더한 K팝 앨범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라스틱 CD 대신 근거리 무선통신(NFC) 칩을 통해 전용 앱으로 음원을 감상하고, 아티스트와 앨범을 상징하는 굿즈 형태로 제작돼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그동안 K팝 앨범은 포토카드를 제외하면 CD와 부속품들이 사실상 쓸모가 없어 환경을 파괴하는 ‘예쁜 쓰레기’라는 오명을 썼지만, 최근 발매되는 앨범들은 소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구성해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

NCT 위시의 앨범이 대표적이다. NCT 위시는 자체 캐릭터인 위츄(WICHU)를 활용한 ‘위츄 인형 키링 앨범’, ‘위츄 카메라 앨범’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위츄 인형 키링 앨범’은 가방에 달고 다닐 수 있는 인형 키링 형태로 제작된 앨범이다. 위츄 캐릭터 인형과 포토카드, 전용 앱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NFC 칩 등이 담겨있다. 장난감 카메라를 연상케 하는 ‘위츄 카메라 앨범’은 셔텨를 딸깍딸깍 누르면 뷰 파인더로 다양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NCT 위시 ‘위츄 키링앨범’(사진=SM엔터테인먼트)

반응도 좋다.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4일 공인 음악차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NCT 위시가 지난달 발매한 미니 2집 ‘팝팝’의 누적 음반 판매량은 112만 9353장이다. 이중 인형 키링 앨범의 판매량은 약 15만 장으로 약 13.3%를 차지했다. 특히 인형 키링 앨범은 3주 동안 앨범차트 5위권에 들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NCT 위시의 인형 키링·카메라 앨범을 기획한 SM엔터테인먼트 네오프로덕션 크리에이티브 비주얼팀 관계자는 “기존 실물 앨범은 CD 규격에 맞춰야 해서 크기와 형태에 제약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NFC 태깅 기술을 앨범에 활용하면서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앨범 기획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을 손으로 만지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소장 가치를 갖는다”며 “스트리밍의 시대이지만, 실물 앨범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NCT 마크의 ‘주스팩 앨범’(사진=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 키의 ‘와인잔 앨범’(사진=SM엔터테인먼트)

“앨범 판매량 부진… 굿즈형 앨범 새 수익모델 기대”

K팝 팬들의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앨범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룹 NCT 마크는 첫 솔로앨범 ‘더 퍼스트 프루츠’를 주스팩 버전으로 발매했다. 앨범명에서 착안해 실제 주스팩 모양으로 앨범 구성을 디자인했고, 병따개 모양의 마그넷도 함께 담아 실용성을 높였다.

샤이니 키는 미니 3집 ‘플레저 숍’을 와인 잔 형태로 출시해 주목받았다. 이는 실제 뮤직비디오 속에 등장하는 아이템으로, 와인 잔 속에 미니 CD와 원형 포토카드가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카세트 테이프 앨범’(음원·스피커 내장), 엔믹스의 ‘MP3 앨범’(MP3 플레이어에 음원 내장) 등도 눈길을 끌었다.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K팝 앨범 판매량이 2023년 1억 장을 돌파하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굿즈형 앨범이 음악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K팝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카세트 테이프 앨범’(사진=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