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감동’ 이일희 “마라톤 같은 골프…포기 안하니 이런 일도 있네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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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서 12년 만에 우승 도전
1타 차 아쉬운 준우승에도 “감동했다” 반응 폭발
2018년 이후 잊혀졌다가 올해 US오픈 출전해 관심
스포츠과학 학사·금융회사 근무·교습가 자격증까지
“스윙 한결 같을수 없어…인정하니 골프가 보여요”
  • 등록 2025-06-10 오전 7:00:00

    수정 2025-06-10 오후 6:32:36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최근 골프 경기에서 2위가 이렇게까지 진한 감동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잊힌 한 선수가 1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많은 골프 팬에 용기를 줬다. 슬럼프에도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 근성으로 4396일 만에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고 승부에서 졌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환한 미소까지. 이 모든 게 LPGA 투어 17년 차가 된 이일희의 이야기다.

이일희(사진=AFPBBNews)
이일희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파71)에서 열린 숍라이트 LPG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하고 준우승했다. 우승자 제니퍼 컵초(미국·15언더파 198타)와 단 1타 차였다.

대회를 마치고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이일희와 전화 연결이 닿았다. 전화를 받은 그는 “아쉽기는 하다”고 했지만 목소리만큼은 밝았다.

이일희는 “이번이 200번째 대회였는데 그동안 대회를 해왔던 저를 봤을 때 오늘 경기에서 잘 못하더라도 그게 특별한 일은 아니겠다, 우승이 확률적으로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최근 성적을 봤을 때 우승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이야기를 농담 섞어 이야기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일희는 2010년 LPGA 투어에 데뷔해 2013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것이 유일한 LPGA 투어 우승이다. 이 대회도 원래 72홀 대회였는데 폭우 등으로 인해 54홀로 축소됐고 이 대회 1위였던 이일희가 우승자가 된 것이다. 그는 꾸준히 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어깨를 다쳐 2018년 결국 시드를 잃고 말았다.

이후 활동이 뜸했고 잊혀졌지만, 2주 전 메이저 대회 제80회 US 여자오픈에서 ‘바늘구멍’ 같은 예선을 통과해 다시 이름이 알려졌다. 이번에 자신의 200번째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일희는 “솔직히 관심을 받았다는 게 실감이 잘 안된다. 투어의 오래된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와서 좋았다. 미국 기자들이 저의 골프 스토리가 좋다고 이야기해주긴 했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도 경기가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달려온 터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도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하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 초반에는 긴장해서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몇 홀을 지나니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고 요즘 퍼트도 잘 되고 샷도 나쁘지 않아서 저를 믿고 쳤다”고 밝혔다.

이일희는 전반 8번홀까지 보기만 3개를 기록하며 한때 10위 밖으로 밀렸지만 10번홀부터 18번홀까지 버디만 6개를 잡아내는 저력을 펼쳤다.

이일희(사진=AFPBBNews)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잘된 것으로는 마음가짐, 바꾼 스윙 2가지를 꼽았다.

이일희는 “올해로 프로 20년이 됐는데, 20년 동안 어렸을 때처럼 똑같이 스윙하려고 했던 게 바보같았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윙이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몇 가지를 교정한 게 이번주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송혁 피지오 코치에게 백스윙 때 오른발이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떨어진 유연성을 극복하고 정확한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스윙을 교정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슬럼프 기간에 그는 1년 다니고 졸업은 하지 못한 성균관 대학교로 돌아가 5년간 공부하며 스포츠과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공부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금융 회사에서도 100일 정도 근무했다. LPGA 교습가 코스인 클래스 A와 미국프로골퍼협회(PGA 오브 아메리카) 클래스 A 레벨 2 시험을 앞두고도 있다.

선수 생활에서 한 발짝 벗어나니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이일희는 “대회에만 출전하면 생각이 갇힌다. 선수 생활만 할 때는 배우지 못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투어 선수의 눈뿐만 아니라 골프 팬으로서 눈으로 보게 되니, 골프를 생각하는 깊이가 달라졌고 제 골프도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일희는 후배들에게 ‘“골프는 마라톤이다. 너의 실력은 마라톤이 끝나면 나오게 돼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일희는 “최근에는 대회에 나가는 게 금전적으로만 봐도 저에게 손해다. 하지만 계속 출전했고 포기하지 않았다. ’버티자‘가 저의 골프 모토였다”며 “후배들에게 힘들면 쉬어도 되고 잠시 (골프를) 벗어나도 괜찮지만 멈추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먼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줄 일이고, 저도 앞으로 계속 그렇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일희는 이번 준우승으로 단숨에 CME 글로브 포인트 47위에 올랐다. 시즌 종료까지 상위 80위 안에 들면 내년 풀시드를 받고, 올 시즌도 포인트 순위 자격으로 남은 대회에 나갈 수 있다. 당장 이번주 개막하는 마이어 LPGA 클래식 출전 자격도 있지만 그는 대회 출전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는 “8월에 LA에 연습장을 여는데 최근에 대회에 출전하느라 일이 밀렸다. 지금 LA로 날아가 퍼트 그린 고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연습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 지금 공개할 순 없지만 새로운 연습장이 될 것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본인만의 즐거움을 찾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 시즌에도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처럼 3주, 4주 연속 경기하면 몸이 부서질지도 모른다”며 웃은 뒤 “좋아하는 코스 위주로 다시 준비가 될 때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운 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되고 싶다. 저의 마라톤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승자 제니퍼 컵초와 포옹하는 이일희(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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