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도 '보복 층간소음'…法 "윗집, 1000만원 배상하라"

2년 넘게 층간소음 시달린 아랫집 가족, 소송 제기
수시로 '쿵쿵쿵' 반복…경찰 찾아가도 문 안열어줘
'고의 소음 유발 금지' 청구는 기각…"개념이 모호"
  • 등록 2023-06-11 오전 4:00:00

    수정 2023-06-11 오후 9:34:4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과도한 층간소음을 유발한 아파트 위층 주민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우정)는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 가족이 위층 거주하는 B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B씨 부부가 A씨 가족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6월 해당 아파트에 이사를 온 A씨 가족은 이사 직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B씨 부부와 분쟁을 겪어왔다. A씨 가족은 층간소음을 이유로 수차례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거나 경찰에 신고를 했다. 관리사무소와 경찰은 A씨 집을 방문해 소음 발생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작성한 2020년 9월 신고사건 처리 내역서에는 “A씨 집 작은방에서 확인 결과, 위층 쪽에서 음악소리가 났다. 윗집을 방문해 출입문 밖에서 소음을 청취했을 때 내부에서 음악소리가 나는 것을 청취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고의로 벽을 치고 발소리를 크게 낸다” 신고

또 같은 해 12월과 2021년 9월 작성된 사건 처리 내역서에는 각각 “윗집에서 고의로 벽을 치고 발소리를 크게 낸다는 신고를 받고 확인한 바, 쿵쿵 소리가 들렸다”, “위층에서 계속해서 층간소음을 내는 상황”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출동 당시 B씨 집을 방문해 벨을 누르거나 노크를 했지만, 안에서 인기척과 반응이 없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B씨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관리사무소가 작성한 민원 처리결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2021년 9월 처리결과엔 “A씨 집 방문을 하니 ‘쿵쿵쿵’ 소리가 윗집에서 크게 들렸다. 경비대원과 윗집을 방문해 초인종을 누르자 소리는 잠잠해졌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었다.

같은 해 12월 처리결과엔 B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겼다. B씨는 해당 통화에서 “아래층에서 망치로 치는 듯한 소리와 벽·천장을 두들기는 소리가 날 때만 대응소음을 낸 적은 있으나 아무 소리가 나지 않으면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참다못한 A씨 가족은 지난해 상반기 B씨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함께 ‘주거지 내에서 고의적 소음 유발행위를 금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B씨 부부는 소송을 당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초 새벽 1시 51분께 층간소음에 계속되자 “자정부터 망치로 바닥을 두드리는 등 보복성 소음을 내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충돌한 경찰도 “A씨 부부 진술을 청취하는 중에도 ‘쿵~쿵~쿵~쿵’ 2~3초 간격으로 5분 이상 위층에서 바닥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확인했다.

새벽시간 고의 층간소음으로 즉격심판 받아

결국 B씨는 해당 층간소음과 관련해 ‘불상의 도구로 바닥을 계속해서 내리쳐서 시끄럽게 했다’는 사실로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즉결심판을 받아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A씨 가족은 수시로 B씨 가족에게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했고, 수십 회에 걸쳐 집 천장에서 들리는 소음이 담긴 동영상을 촬영했다. 상당수 영상에 담긴 소음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류의 소음이 아닌 어떤 물체로 일부러 벽이나 바닥을 두드릴 때 나는 ‘쿵쿵’ 소리였으며, 소음 크기 역시 60㏈을 초과하기도 했다.

B씨 부부는 “A씨 가족이 증거로 제출한 영상 등은 허위자료이거나, 우리집에서 발생한 소음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측정된 소음의 크기 역시 제3의 전문기관이 측정한 것이 아니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범적 규제에 적합하더라도 침해의 태양과 결과의 영향이 현저한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는 넘는 경우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B씨 가족이 발생시킨 소음은 단순한 생활소음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 가족이 낸 ‘고의적 소음 유발행위 일체 금지’ 청구 등에 대해선 “고의적 소음 유발행위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고의적 소음 유발행위 일체를 금지할 경우 B씨 가족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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