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물에 빠진 골프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던 골퍼들이 있을 것이다. 지방 A 골프장의 호수로 둘러싸인 한 홀에서 연간 물에 빠진 골프공이 2만 개에 달한다고 하니, 전국 골프장에서 물에 빠지는 골프공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서구권에선 1990년대부터 ‘골프볼 다이버’라는 직업이 생겼다. 골프장의 물웅덩이, 큰 호수에 잠수해 들어가 그곳에 빠진 공을 건져내는 일이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골퍼볼 다이버’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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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는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골프볼 다이버’가 되기 위해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골프장과 공을 회수할 수 있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골프장의 큰 호수에서 5~6시간 잠수를 하려면 산소 탱크 수십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에서 건져낸 공은 제조사, 모델, 품질별로 분류해 씻은 뒤 용품점에 판매한다. ‘로스트볼’ 판매 사업까지 이어진 셈이다.
‘골프볼 다이버’로 유명한 글렌 버거는 이미 10년 전에 이 일로 1500만 달러(약 219억 8000만 원)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는 14년간 플로리다 지역 코스를 돌아다니며 공을 회수해 1년에 130만~170만 개의 로스트볼을 팔았다. 공 1개당 1 달러(1400원), 하루 평균 5480개의 로스트볼을 14년 동안 판매한 결과다.
국내에선 어떨까. 우리나라도 일반 골프공이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스트볼의 수요가 꽤 많다. 통상 새 공 12개 가격이 7만 원대인 반면, A급 로스트볼은 10개에 1만 원대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되는 골프장의 경우, 로스트볼 회수업자를 고용하는 것도 신중하다. 골프장의 보안, 코스 구성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스 관리팀에서 자체적으로 공을 수거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에선 가끔 주민들이 로스트볼을 주워 회수업자들에게 팔기도 한다. 골프공 회수 시장이 크지 않아 지역별로, 자생적으로 생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골프공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