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 ‘미스 샷’으로 14년간 220억원 번 사나이

로스트볼 회수하는 ‘골프볼 다이버’
미국선 골프장과 계약 맺고 골프장 내 직접 회수
중고 공이지만 새 공보다 저렴해 인기 많아
국내서도 회수업자들이 골프장에 납품
  • 등록 2025-03-25 오전 7:00:00

    수정 2025-03-25 오전 7:00:00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골프장 코스에는 곳곳에 ‘워터 해저드’라는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는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잘못된 샷 때문에 이곳에 골프공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문득 물에 빠진 골프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던 골퍼들이 있을 것이다. 지방 A 골프장의 호수로 둘러싸인 한 홀에서 연간 물에 빠진 골프공이 2만 개에 달한다고 하니, 전국 골프장에서 물에 빠지는 골프공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서구권에선 1990년대부터 ‘골프볼 다이버’라는 직업이 생겼다. 골프장의 물웅덩이, 큰 호수에 잠수해 들어가 그곳에 빠진 공을 건져내는 일이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골퍼볼 다이버’를 찾아볼 수 있다.

로스트볼을 2봉지나 회수해온 짐 베스트(사진=유튜브 캡처)
짐 베스트라는 ‘골프볼 다이버’는 한때 미국 동부 해안의 65개 코스에서 연간 최대 200만 개의 공을 회수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미국 플로리다주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의 17번홀(파3)이다. 137야드 거리에 불과해 웨지나 짧은 아이언으로 공략할 수 있어 쉬워 보이지만, 사방이 연못으로 둘러싸인 데다가 그린이 거북등처럼 솟아 있어 경사를 타고 내려가 물속으로 들어가기 일쑤다. 베스트는 최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그곳에서 약 7만 개 공을 건져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을 우연히 하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1993년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그는 카트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다 숲에서 잃어버린 골프공을 발견했다. 배낭을 가득 채울 만큼 공을 주운 뒤 싱크대에서 공을 씻어 골프 용품점에 팔았는데 평소 용돈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베스트는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골프볼 다이버’가 되기 위해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골프장과 공을 회수할 수 있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골프장의 큰 호수에서 5~6시간 잠수를 하려면 산소 탱크 수십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에서 건져낸 공은 제조사, 모델, 품질별로 분류해 씻은 뒤 용품점에 판매한다. ‘로스트볼’ 판매 사업까지 이어진 셈이다.

‘골프볼 다이버’로 유명한 글렌 버거는 이미 10년 전에 이 일로 1500만 달러(약 219억 8000만 원)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는 14년간 플로리다 지역 코스를 돌아다니며 공을 회수해 1년에 130만~170만 개의 로스트볼을 팔았다. 공 1개당 1 달러(1400원), 하루 평균 5480개의 로스트볼을 14년 동안 판매한 결과다.

국내에선 어떨까. 우리나라도 일반 골프공이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스트볼의 수요가 꽤 많다. 통상 새 공 12개 가격이 7만 원대인 반면, A급 로스트볼은 10개에 1만 원대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A 골프장 관계자는 “로스트볼을 수거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어 정식 납품을 받는 골프장도 있다. 혹은 회수업자와 유통업체가 계약을 맺어 골프장 프로샵 등에 로스트볼을 납품한다”고 설명했다. 회수업자들은 쓸만한 공을 골라 공장에서 세척한 뒤 브랜드, 피스 별로 공 하나에 200원에서 많게는 1000원에 공장 혹은 용품업체에 되판다. 수익은 천차만별이지만 많게는 한 달에 500만 원까지 벌기도 한다.

다만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되는 골프장의 경우, 로스트볼 회수업자를 고용하는 것도 신중하다. 골프장의 보안, 코스 구성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스 관리팀에서 자체적으로 공을 수거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에선 가끔 주민들이 로스트볼을 주워 회수업자들에게 팔기도 한다. 골프공 회수 시장이 크지 않아 지역별로, 자생적으로 생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골프공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표정으로 말해요
  • 꺄르르~…9살차 예비부부
  • 떨리는 데뷔
  • 화려한 출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