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치료 대상자의 70% 이상이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다시 말해 ‘정상 키 범위’ 안에 있으며, 성장호르몬이 정상인 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모들의 불안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처럼 작동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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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성장 치료가 ‘원인에 대한 진단’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대응’으로만 접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키가 크지 않는 이유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건강, 수면 부족, 운동량 저하, 영양 불균형, 스트레스 과다, 감정 억제 등 신체가 성장에 집중할 수 없는 조건들이 반복되는 현실이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성장호르몬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몸이 자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치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한의학은 성장을 단순한 호르몬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몸 안의 생리적 흐름, 체질적 특징, 정서적 상태, 신진대사, 장 기능, 수면의 질, 소화력까지 모두 성장과 연결돼 있다고 본다. 이는 현대의학에서도 점차 강조되고 있는 ‘전체성의 관점’과 맥을 같이 한다. 아이가 자라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성장판이 닫혀서가 아니라, 성장판이 숨 쉴 수 없는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의 몸은, 자라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