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3월 400여 명의 할리우드 배우·감독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 저작권 관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AI가 영화는 물론 미술·음악·문학 등 예술 분야 전반의 저작권을 위협하고 개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도 AI를 이용한 창작활동에서 저작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문학평론가이자 AI 교육 연구자인 저자가 AI 시대에 예술이 존재할 자리에 대한 생각을 문학 중심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AI를 탄생시킨 과학기술의 발달과 관련해 “문화와 산업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글쓰기도 AI의 등장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저자는 “AI는 창작자의 영역을 위협하는 대상이 아닌, 인간에게 또 하나의 방법론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이 창조해낸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저자는 무작정 비난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비판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도 맞닿아 있다.
책은 챗GPT의 출현 이후 생성형 AI와 문학의 관계, AI를 둘러싼 문학의 비판적 사유를 다룬다. 이어 AI의 등장으로 인간을 넘어선 새로운 인류 ‘포스트 휴먼’에 대한 담론을 살펴본다.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들은 “AI는 영혼이 없다”고 비난했지만, 이는 AI가 어떤 욕망도 품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제 AI와 예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