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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은 북미풋볼리그(NFL) 결승전이 열린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남 에릭 트럼프와 며느리 라라, 장녀 이방카, 손자 테오도르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팀 스콧 상원의원 등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정치인들도 함께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로 내려와 올해 1월 1일 새벽 뉴올리언스에서 15명의 사망자를 낸 트럭 돌진 테러사건 희생자 및 현지 경찰관, 소방관들을 직접 격려했다. 경기를 준비하던 몇몇 선수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미국 국가를 연주할 때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 경례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경기장 대형 화면에 잡혀 장내에선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현직 대통령의 슈퍼볼 직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10만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관중이 몰리는 만큼 경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언론인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보안검사를 진행했다. 비밀경호국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행사인 만큼 보안 조치가 더욱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군사아카데미 학생 시절 풋볼 선수로 뛴 적 있다. 하지만 사업가가 된 뒤에는 NFL과 오랜 기간 대립해왔다. 풋볼 독립리그인 USFL 구단을 인수한 뒤 “NFL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건 것이 시발점이 됐다.
최근까지도 NFL은 경기장에 ‘인종차별 반대’(End Racism) 문구를 설치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NFL은 올해 슈퍼볼에서 ‘인종차별 반대’ 문구를 3년 만에 삭제했다. 대신 ‘사랑을 선택하자(Choose Love)’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화해’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볼 경기장 방문은 이런 NFL의 화해 제스처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와도 조우했다. 스위프트는 2023년부터 공개 열애중인 연인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의 남자친구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타이트엔드인 트래비스 켈시다. 지난해에도 슈퍼볼 경기장을 방문한 스위프트는 우승을 차지한 남자친구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위프트는 악연이 있다. 지난해 9월 미 대선을 앞두고 스위프트가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난 스위프트를 싫어한다”며 “그는 아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필라델피아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 여사도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의 전 멤버인 폴 매카트니,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애플의 CEO 팀 쿡 등 수 많은 유명인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슈퍼볼의 또 다른 볼거리인 하프타임 쇼는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가 장식했다. 켄드릭 라마는 하프타임 쇼에서 댄서들로 성조기를 만드는 등 화려한 쇼를 펼쳤다. 동료 래퍼 드레이크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히트곡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를 엔딩곡으로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켄드릭 라마는 이 노래로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허프타임 쇼에선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켄드릭 라마가 ‘낫 라이크 어스’를 부르던 도중 팔레스타인과 수단 국기를 혼합한 깃발을 든 한 남성이 공연장에 난입한 것. 그가 든 깃발에는 ‘가자(Gaza)’와 ‘수단(Suda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당 장면은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무대 위에 설치된 자동차까지 올라간 이 남성은 이후 깃발을 들고 필드를 내달렸지만 뒤늦게 출동한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NFL은 공식성명을 통해 “난입한 인물이 이날 쇼에 참가한 400명의 출연진 중 한 명이었다”며 “소지품을 숨겨 들어왔고, 누구도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