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으면서 국내 영화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뤄진 두 기업의 합병이 침체된 영화산업의 심폐소생 기회가 될지, 변형된 형태의 과점 구조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지난 8일 영화 관련 계열사인 롯데컬쳐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까지는 양사가 합작법인을 공동 경영한다는 계획만 나왔다. 양사가 겹치는 사업 부문은 △멀티플렉스(롯데시네마·메가박스) △투자배급사(롯데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시장점유율(상영관 수 기준)은 △CJ CGV 43.8% △롯데시네마 29.8% △메가박스 24.9%였다. 단순 합산을 해보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시 점유율 54.7%로 CJ CGV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요 배급사 빅5(CJ ENM·플러스엠·롯데엔터·쇼박스·NEW)의 경쟁 구도도 변한다. 배급사 빅5 중 천만 영화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CJ ENM(7편)이다. 하지만 플러스엠(4편)과 롯데(2편)가 합병하면 CJ ENM과 맞먹는 규모가 된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이 덩치를 불려 적자 늪을 벗어나려는 고육지책에 가까운 만큼 당장 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극장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 확보보다 수익성 개선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며 “합병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양강 체제가 과점을 더욱 고착화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합작법인이 자사 투자배급작을 공격적으로 상영관에 배치하면 다른 중소 투자배급사의 작품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신작 부재, 짧아진 홀드백(극장 영화를 다른 플랫폼에 공개 전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사의 합병이 위기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