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문제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나라 살림을 국채 발행으로 꾸려왔다. 빚이 늘자 이자 비용도 급증했다. 하지만 행정부와 의회는 정치적 무기력증에 빠져 부채를 줄일 방도를 찾지 못했다. 이 마당에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연장하려 한다. 현재 미 국가부채는 36조 2200억달러(약 5경 730조원)에 이른다. 무디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의 부채 비율이 2024년 98%에서 2035년 13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무리 덩치가 큰 미국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나라 곳간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대선 출마 후보들은 돈 쓰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수십조, 수백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선심성 감세 공약도 단골메뉴다. 이래선 안 된다. 나랏빚은 늪과 같다.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최상책은 그 늪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전에 재정적자 규모에 상한선을 긋는 재정준칙 제도가 필요하다. 근본 처방은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꿔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것이다. 이는 보수·진보를 떠나 차기 정부가 꼭 이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