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3주 새 가계대출이 4조원 넘게 늘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대출)’족이 늘고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불장’이 이어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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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752조 1249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748조 812억원)보다 4조 437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번 달이 아직 한 주 남았는데 증가 폭이 이미 4조원을 넘었다. 4월(4조 5337억원)과 5월(4조 9964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4조원대다. 하루 평균 증가 폭은 2128억원 지난달(1612억원)보다 많아 이대로 가면 6월 증가 폭은 6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596조 6471억원으로 지난달 말(593조 6616억원)에 비해 3조원(2조 9855억원) 가까이 늘었다. 7월부터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아 서둘러 집을 사려는 수요가 있는 데다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민주당 정권에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 6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뛴 것이다. 이달 첫째 주 0.19%, 둘째 주 0.26% 오른 데 이어 갈수록 상승세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과천 등 경기도로 옮겨붙는 양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미친 집값’이 재연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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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신용대출도 5월 말 103조 3145억원에서 이달 19일 104조 4027억원으로 1조 882억원 늘었다. 5월 한 달 증가 폭(8214억원)보다 많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이 기간 38조 5236억원에서 39조 2224억원으로 6988억원 증가했다. 이재명 정부 주가 부양 정책 기대감으로 코스피가 3년 반 만에 3000을 뚫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투자 목적의 대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춘 금융당국은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다.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비율 추가 하향, 주담대 위험 가중치 상향 등이 우선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부문별 경기 대응 완충자본(SCCyB), 주담대 위험 가중치 상향 등 은행 자본 규제 도입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잎으로 규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의 여신 관리 기조를 유지해온 금융위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전세 대출, 정책 대출등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전세 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은 금융위가 지난해 업무계획에 포함하기도 했으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지금까지 예외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