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모주 시장 질서 뒤흔드는 과욕

연이은 거품 상장...기관도, 개미도 모두 피해자
업계선 “제2의 LG CNS 사례 막아야”
망가지는 시장 방치한 금융당국이 제일 문제
  • 등록 2025-02-11 오전 5:41:48

    수정 2025-02-11 오전 7:07:17

이 기사는 2025년02월10일 23시41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기업은 증권사를 쥐어짜고, 증권사는 또 운용사를 압박하고, 그 피해는 결국 다 투자자에게 가고. 이 무슨 진흙탕 싸움입니까”

연초부터 분위기가 푹 가라앉은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를 두고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같이 일갈했다. 공모주 시장 침체 속에 기업들이 어떻게든 더 높은 몸값으로 증시 문턱을 넘어보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묘한 행태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LG CNS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고평가 논란 속에 상장한 LG씨엔에스(LG CNS) 상장 전후, 시장에서는 잡음이 적지 않았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 사이에서는 ‘읍소’를 가장한 압박을 받았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앞으로의 거래관계와 그동안의 친분’을 생각해 공모가 최상단에 주문을 넣어달라는 압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공모가를 맞춰주기 위해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들을 어르고 달랜 셈이다. 증권사가 시장의 ‘갑’으로 통하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을 압박할 수는 없지만, 공모주를 배정 받아 먹고사는 운용사들은 증권사 차원에서 강요성이 짙은 부탁이 오면 마냥 거절할 수 없는 처지다.

국내외 대표·공동 주관사를 포함해 7개사에 달하는 화려한 주관사단이 기관 전화통에 불이 나게 연락을 돌린 덕분(?)일까. 희망 공모가가 높다는 평가였던 LG CNS는 희망 밴드(5만3700원~6만1900원) 최상단인 6만19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뒷배경이야 어떻든, 기관 참여율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매수 시그널’로 전달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원하던 대로 높은 공모가에 상장한 LG CNS는 증시 입성 첫날부터 10% 가까이 하락한 데 이어 연일 주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LG CNS는 10일 종가 기준으로도 전 거래일 대비 2.62% 하락한 5만5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비단 LG CNS에서만 보이는 문제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유사 사례가 적지 않고 올해 대형사들이 줄줄이 증시 입성을 대기 중인 만큼, 압박으로 원하는 몸값을 만들려는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비싼 몸값을 포기할 수 없는 기업 욕심에, 혹은 그 기업 뒤에 자리한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지 않는 까닭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반복될수록 IPO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은 떨어지고, 신뢰도가 낮아진 시장은 결국 회복될 수 없을 만큼 망가질 것이란 점이다.

현 상황에 가장 책임이 큰 곳은 공모주 시장이 일그러지는 것을 그대로 둔 금융위원회다. 공모가 거품을 잡겠다던 당국의 약속은 매번 공수표로 돌아갔다. 공모가 거품에 대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자 금융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나와있던 대안인 의무보유확약 확대 등 코너스톤 투자제도 도입 등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저 공염불에 그친다면 시장 개선은 요원하다. 이번 제도개선 약속은 혀 끝에서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51세 한고은, 각선미 깜짝
  • 백종원의 그녀
  • 결의에 찬 뉴진스
  • 무쏘의 귀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