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재 을지대 대학원 안전보건시스템공학과 교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출사표를 낸 후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역시 주제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다. 이런 선거의 양상은 일찍부터 예상됐다.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정치적 불안이 더해지고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내수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설경기 둔화와 수출 감소 영향으로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자리마저 줄어들어 경기 침체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 전망치인 0.2%보다 0.4%포인트(p)나 낮은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일자리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통적 일자리인 건설업에서 18만5000명(-8.7%), 제조업 11만2000명(-2.5%), 농림어업 7만9000명(-5.7%)이 감소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1만2000명(7.3%),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8만7000명(6.6%), 금융 및 보험업 6만5000명(8.9%)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은 우리 경제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의 60%를 담당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2022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수요가 10억원 늘어날 경우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는 2022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이 10명, 건설업 9.2명, 공산품은 4.9명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가 어려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처벌이 강화되면서 서비스업종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이 취약한 가운데 사망사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3월 발표한 ‘2024년 산업재해 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는 589명으로 전년 대비 9명(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는 건물관리,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등 기타 업종에서 138명이 발생해 전년보다 13명(10.4%) 늘었다.
서비스업의 산재 증가는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구조 변화를 겪었던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도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산업재해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경우 과거 법규 준수 여부를 따지는 규제관리방식에서 기업의 자율규제와 개별근로자의 안전행동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재해 예방정책은 최근 들어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서비스업은 조사대상 사망자의 23.4%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해 사업주나 정부의 예방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 부처에는 서비스업의 안전을 전담하는 부서조차 없다. 전담 부서가 없다 보니 전문성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한 예방 전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뉴 블루오션’ 일자리 서비스업의 재해예방을 위한 특화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선거는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선택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미래의 일자리와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 진흥과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공약이 발표되길 기대한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의 문제를 바로 알고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안심 공약이 마련되길 바란다. 일터의 안전은 사람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