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고가 보석과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교단 자금 5억여원을 횡령한 정황이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김건희 특검은 한 총재의 개인 명품 구입부터 정치 로비, 증거인멸 교사에 이르는 구체적인 범행 내역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이권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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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 총재 공소장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배우자 이모씨는 2022년 5월 9일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게 한 총재용 브로치와 귀걸이 대금 4억2000만원을 보석상에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씨는 개인 자금으로 먼저 지급한 뒤 통일교 주요 행사 비용인 것처럼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이씨가 2022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5억3400만원을 교단 자금으로 보전받았다고 파악했다. 구매 품목에는 브로치와 귀걸이 외에 남성용 장신구인 타이핀도 4점 포함됐다.
한 총재 등은 신도 헌금으로 조성된 ‘천승기금’과 ‘통일기금’ 일부를 회계 처리 없이 현금으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약 5억원을 횡령했다. 해외 신도들이 천정궁 건축 자금으로 보낸 헌금 일부를 한 총재에게 전달하거나 정 전 실장의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이씨가 허위 해외 목회자 명단을 만들어 ‘2027 프로젝트 지원비’ 명목으로 조성한 69만8600달러(약 9억원)도 횡령 사례로 공소장에 담겼다.
통일교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17개 시·도당 전체에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건넸다. 윤 전 본부장이 대선 전인 2022년 3월초 산하 5개 지구 수장들을 불러 전방위 후원을 지시하며 2억1000만원을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내려보냈다. 지구장들은 4월초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개인이 적법하게 기부하는 것처럼 후원금을 쪼개 총 1억4400만원을 전달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라고 수뇌부에 지시하면서 이 같은 조직적 후원 작업이 기획됐다고 판단했다.
통일교 측은 2022년 7월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구입해 정치 브로커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건넨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교단 자금 8293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입수한 뒤 증거인멸을 지시한 내용도 담겼다. 춘천경찰서가 2022년 한 총재 등이 재단 자금을 횡령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원정 도박을 했다는 제보로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자, 특검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 내사 내용을 통일교 측에 전해줬다고 봤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에게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윤 전 본부장 지시를 받은 교단 총무국 직원들은 2022년 10월 25~27일 회계 프로그램에 접속해 2010~2013년 회계정보 중 지출 적요란 ‘해외 출장비’ 부문에서 ‘해외’를 삭제하는 등 집행 내역을 조작했다. 교단 총무처장은 사무실 PC를 포맷하는 방식으로 원정도박 관련 증거를 삭제했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 10일 한 총재 등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