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부산 BNK 썸을 이끄는 박정은 감독은 여자 프로농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여자 감독으로서 팀을 최초로 우승까지 이끈 이로 기록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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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BNK의 힘든 싸움이 예상된 챔피언결정전이었지만, BNK의 기세가 더 무서웠다. 특히, 3차전은 극적인 승부였다. 경기 막판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종료 18초전 BNK 베테랑 박혜진이 결승 3점슛이 터지며, BNK가 처음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MVP를 차지한 가드 안혜지,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박혜진과 김소니아, 이소희,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 등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박정은 감독의 지도력이 밑바탕이 된 결과였다.
은퇴 후 친정 삼성생명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박정은 감독은 이후 WKBL 경기운영본부장으로 행정 경험을 쌓다가 2021년 고향팀인 BNK 지휘봉을 잡으며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 포스트시즌, 이듬해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지난 시즌 BNK가 최하위로 추락하며 ‘여성 지도자로는 성공할 수 없다’라는 가설은 다시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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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의 편향적 성향은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의 뿌리가 된다. 성별, 인종, 학력, 출신 지역, 직업, 재산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들 말이다.
특히, 스포츠 영역에서 여성 감독(보통은 여자 감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이 자리 잡을 수 있기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인식됐다. 스포츠계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 남성 중심 사고가 이러한 인식을 더욱 뒷받침해 줬다. 그러나 이러한 편향들이 오히려 여성 스포츠인들에게 지도자로서 기회를 부여하는데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여성 지도자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실력이 아니라 기회가 부족했음을 드러낸 그냥 편견일 뿐이었다. 박정은 감독은 그런 편견을 깨뜨려버렸다.
호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전 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