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한반도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2만 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령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한 문제와 관련해 고려할 수 있는 정책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입안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부인은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현재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지만 내부 비공식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로서는 경계심을 한 치도 늦춰선 안 된다. 예측불허의 돌발행동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언제든 예고 없이 내놓을 수 있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이미 주한미군을 대북한 억지 전력에서 대중국 견제 전력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주한미군 일부 부대를 괌·필리핀 등지로 순환배치하며 훈련하고 있고, 유사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 투입하는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협상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주한미군 감축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내 정치 지형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미국 국방수권법으로 정해지며, 그 변경은 미국 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한 상태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
다음 달 초 대선 직후 들어설 새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미국 정부와 안보전략 틀을 종합적으로 재조율하고, 그 틀 안에서 주한미군의 대북한 억지 기능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단계 없이 곧바로 집권하는 만큼 특히 군사·안보 분야의 새로운 변수들에 기민하게 대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비상 계엄 후 군 지휘 체계에는 상당한 공백이 빚어진 상태다. 넋 놓고 있다가 미국의 전략 변화에 우리 안보가 휘둘리게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