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허경영 예언이 자꾸 맞아서 불안하다"

선거철 어김없는 허경영, 이번에도 '파격' 공약
코로나19 시국, '허경영식 포퓰리즘' 불가피?
웃을 수만은 없는 허경영 공약
  • 등록 2021-01-24 오전 12:05:14

    수정 2021-01-24 오전 4:31: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허경영의 예언이 자꾸 맞아서 불안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의 공약 관련 기사에 누리꾼 ‘wish****’이 남긴 댓글이다.

“솔직히 이제 허경영 말이 와 닿는다”, “허경영은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살아보니 세상이 미쳤고, 세상이 미쳤다던 허경영이 ‘찐’이더라”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허 대표가 공약을 발표한 지난 20일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1위에 올랐다. 그 기세로 허 대표는 페이스북에 “선 경기부양, 후 공중부양”이라며 공중부양 비법(?)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과거엔 날 미친X이라고”… 허경영이 또?

공중부양뿐만 아니라 축지법, ‘내 눈을 바라봐’ 등 기행으로 화제를 모은 ‘허본좌’ 허 대표는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그는 특유의 파격 공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혼자에게 매월 20만원 연애수당을 주는 연애공영제를 실시하고, 통일부와 여성부를 없애고 ‘결혼부’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또 서울시 예산을 70% 감축해 국민 배당금을 18세부터 150만 원씩 지급하고, 자신은 서울시장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공약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허 대표는 “앞으로 망국적인 저출산이 온다”며 “나는 항상 몇십 년 앞에 있다. 그래서 내가 30년 전에 미래를 내다보고 결혼하면 1억 원, 아이 낳으면 5000만 원 준다는 출산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0월 tvN ‘응답하라 1994’에 카메오로 출연한 허경영 (사진=‘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실제로 허 대표가 2012년 18대 대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출산 수당 3000만 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현재 각 지자체에선 자녀 수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출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잔여임기 1년 2개월을 채우는 서울시장이 어마어마한 현금살포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 서울시 재정으로 가능할 지도 미지수이지만 ‘허경영식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은 코로나19 시국에 더이상 비웃을 수만은 없는 정책이 됐다.

허 대표가 “내 정책은 시대가 지날수록 사람들이 맞다고 한다. 과거에는 나를 ‘미친X’이라고 했는데, 허경영을 다시 봐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 발언이 다소 섬칫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국에… “허경영 닮아간다”

표심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재난지원금을 두고도 허 대표의 이름이 거론됐다.

올해 초 정부와 여당 주요 인사들이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자 야당에선 “전 국민에게 1억원씩 뿌리겠다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18세 이상 국민에게 각각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던 허 대표가 이끈 당이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도전하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 (사진=국가혁명당)
이후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히면서 민주당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도민에 1인당 10만 원씩의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야당에선 다소 급진적인 정책으로 ‘마이웨이’를 가는 이 지사를 포퓰리스트라고 몰아 붙여왔다.

이 지사는 야당의 비판에 논쟁을 피하지 않았지만,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웃을 수만은 없는 허경영 공약

허 대표의 공약을 웃으며 보다가 점점 혹하게 되는 이유도, 비록 허무맹랑할지라도 국민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그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윈 300명을 일단 국가지도자 정신교육대에 집어넣어 버리겠다”,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무보수로 한다”라는 공약을 내놓자 “끌린다”, “솔깃하다”, “실현만 되면 무조건 찍는다”는 등의 댓글들이 따라온 것만 봐도 그렇다.

허 대표가 지난 총선에 성범죄를 저지른 후보를 공천하고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여성 추천 보조금’ 8억4000여만 원을 수령하고, 허위사실 적시와 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요주의 인물인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당당하게 “여야 다 찍어봤지만 도통 생활이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은 기성 정치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어도 허 대표의 공약보다 현실적이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더 살 수 있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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