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다자간 정상회의는 통상 10~20년 주기로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으로부터 넉 달 뒤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도 한국 개최는 2005년 부산(제13차)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인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개최로 ‘국제회의(컨벤션)의 꽃’으로 불리는 다자간 정상회의 개최국 대열에 합류했다.
2000년 ASEM으로 성장기를 맞이한 K마이스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첫 번째 전성기를 구가했다. 윤은주 한림대 교수는 “20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다자간 정상회의 시즌을 고부가 지식서비스 산업인 마이스의 ‘퀀텀’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지금부터 범정부 차원의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PEC 이어 G20도 韓 개최 순서 돌아와
현재 개최 주기상 한국 개최가 가장 근접한 다자간 정상회의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 포함 한국 등 대륙별 신흥경제국 등 21개국이 가입된 G20은 2008년부터 매년 회원국 순회 방식으로 정상회의를 열어 산술적으로 3년 뒤인 2028년 이후부터 한국 개최가 가능해진다. 관련 업계에선 오는 11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 이후 개최 여부가 정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2009년부터 5년 주기로 열려 3차례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2019년과 지난해 처음 열린 ‘한·메콩 정상회의’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도’ 개최 주기상 앞으로 2~5년 내 국내 개최가 가능한 다자간 정상회의”라고 설명했다.
국제회의 중에서도 최고 난도에 속하는 다자간 정상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치·외교적 상징성 외에 회의 개최로 인한 효과가 커서다. 인프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 올림픽, 엑스포 등 메가 이벤트보다 컨벤션센터, 호텔·리조트 등 기존 시설 활용이 가능한 정상회의가 더 ‘실용적’이라는 평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자간 정상회의가 ‘2036 하계 올림픽’ 전북 유치 표심을 얻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회의 전문기획사(PCO) 인터컴 최태영 대표는 “다자간 정상회의는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본회의 외에 분야별 의제 발굴부터 실무협상을 위해 최소 1년 전부터 열리는 사전회의가 수백 건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
마이스 전문회사 지티엔 강도용 부대표는 “정상회의는 보안, 안전을 최우선으로 따지기 때문에 통제가 쉽지 않은 고밀도의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개최가 훨씬 더 수월할 수 있다”며 “최고 난도의 정상회의 개최도시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국제회의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자간 정상회의 지방 개최를 위해선 지금부터 권역 단위의 인프라 정비와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관련 전문가와 업계에선 수도권은 인천, 강원권은 강릉, 전라권은 광주와 여수, 충청·중부권은 대전 등을 다자간 정상회의 개최가 가능한 도시들로 보고 있다. 관광특구, 국제회의복합(예비)지구가 정상회의급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동 코엑스는 2000년 ASEM 개최를 계기로 대규모 회의실을 증축하고 인근에 인터컨티넨탈 등 특급호텔을 갖추게 됐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다자간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유치 단계부터 범부처 차원에서 입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고 지역의 자발적인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상회의 유치 전 후보 권역이나 도시를 사전에 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