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정형외과 정형석 교수 |
|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정형외과 정형석 교수] 손목에 통증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수술은 최후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미루곤 한다. 큰 절개와 긴 회복 기간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목 내시경 수술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밀리미터의 작은 구멍을 통해 관절 내부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손목 내시경 수술은 무릎이나 어깨 관절 내시경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다. 손목 관절이 작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기술적으로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내시경 장비의 소형화와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초기에는 단순히 관절 내부를 관찰하는 진단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질환을 직접 치료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인대 손상이나 연골 이상도 내시경을 통해 정확히 진단하고 즉시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손목 새끼손가락 쪽 통증의 주요 원인인 삼각섬유연골 복합체 파열은 손목 내시경 수술의 대표적인 적응증이다. 과거에는 큰 절개를 통해 봉합해야 했지만, 이제는 내시경으로 파열된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봉합하는 것이 표준치료가 되었다. 또한 봉합 기술도 나날이 발전해 좋은 임상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손목 내시경의 적응증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손목 골절 후 관절면이 정확히 맞지 않을 때, 내시경으로 직접 관절 내부를 보면서 골절 부위를 정확히 정복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주상골은 손목뼈 중 가장 중요한 뼈로, 골절이나 불유합이 발생하면 손목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과거에는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복잡했지만, 이제는 내시경을 이용해 주상골 골절을 정확히 정복해서 치료 할 수 있고, 주상골 불유합에 대해서도 내시경 보조 하에 뼈 이식과 고정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손목 관절염 역시 내시경을 이용하면 관절 내부의 손상된 연골과 염증 조직을 제거하고, 필요시 부분적인 뼈 절제술, 유합술도 시행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개방 수술에 비해 주변 조직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빠른 최소 침습적 치료가 가능하다.
손목 내시경 수술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발전하며, 이제는 손목 질환 치료의 중요한 선택지가 되었다. 작은 절개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 기술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손목 내시경 수술은 모든 정형외과 의사가 시행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손목은 작은 공간에 복잡한 구조가 밀집되어 있어, 수술 술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내시경을 삽입하는 위치를 조금만 잘못 잡아도 중요한 신경이나 혈관을 다칠 수 있고, 관절 내부의 미세한 구조물들을 정확히 구분하고 치료하려면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손목 내시경 수술을 고려한다면, 손과 손목을 전문으로 하는 수부외과 전문의 중에서도 손목 내시경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 시 의사의 전문 분야와 수술 경험에 대해 충분히 상담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