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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는 전국구보다 지역구다. 자신의 텃밭에 깃발만 꽂으면 당선인 정치판의 그것과는 다르다. 가요계 지역구 스타는 전국구 이상의 폭발력을 낸다.
싸이는 ‘강남’을 자신만의 튀는 ‘스타일’로 노래해 월드스타가 됐다. ‘강남스타일’에 앞서서는 ‘슈퍼스타 K3’ 준우승팀인 버스커 버스커가 ‘여수 밤바다’를 노래해 아이돌 대세 가요계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최근에는 하하와 스컬이 ‘부산 바캉스’로 인기 바통을 잇고 있다.
지난해 사랑받은 UV(유세윤·뮤지)의 ‘이태원 프리덤’, 처진 달팽이(유재석·이적)의 ‘무한도전’ 히트송 ‘압구정 날라리’까지 떠올리면 흐름은 더욱 극명해진다. 이들 노래는 제목에서부터 특정 지역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자체에서 캠페인 송으로 만들었다고 말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하하와 스컬은 ‘부산 바캉스’ 뮤직비디오에서 ‘Come To Beautiful BUSAN(아름다운 부산으로 오세요)’이라고 적힌 피켓을 연신 들어 올리며 부산을 알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사에는 해운대, 광안리, 동백섬 등 부산의 명소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과거에도 ‘대전블루스’·‘흑산도 아가씨’·‘영일만 친구’·‘서울 서울 서울’·‘종로에서’·‘광화문연가’ 등 특정 지역을 노래한 작품은 많았다. 또한 이들 노래는 모두 흥행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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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남심(男心)이 흔들린 것이 주요했다. 전통적으로 가요는 여성들의 취향에 좌우되는데 지역에 기반을 둔 노래들은 여성뿐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 같은 정서로 남성들의 마음까지 흔들며 국민가요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차이는 있다. 옛날 가요에서 특정한 공간은 고향에 대한 향수, 추억의 정서를 대변하는 코드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여가 혹은 동경의 대상으로 쓰임새가 달라졌다.
가사의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상적인 사랑 노래,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에서 벗어나 노랫말이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는 것.
김작가는 “지역송은 구체적인 장소가 거명됨으로써 노래 속 공간이 추상에서 현실로 바뀌고 현실적인 서사들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가사가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바뀌고 있다. 이는 최근 노래가 서사에서 점차 멀어지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들이 변화를 주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통적으로 가요 기획자들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풍자와 묘사를 피해왔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잘 팔린다는 이유에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강남스타일’, ‘부산 바캉스’, ‘여수 밤바다’ 모두 가수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다”라면서 “창작자들은 판매가 우선인 기획자들과 달리 감성에 충실한 노래를 만드는데 대중음악 수용자들이 이에 적극 호응하며 유행이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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