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일까? 기회일까?"…ESG 열풍 마이스 업계로 확산[MICE]

ESG, 마이스 산업에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친환경·사회책임 실천이 기업 선정 기준 돼
ESG 도입이 경쟁력 강화와 매출 증대 연결
  • 등록 2025-02-12 오전 12:10:07

    수정 2025-02-12 오전 8:58:24

작년 진행한 23회 서울 카페쇼에서 텀블러로 커피 시음을 할 수 있도록 세척기를 비치한 모습 (사진=엑스포럼)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친환경 종이 명찰을 사용하는 행사 등록·입장 서비스 ‘페어패스’ 운영회사 블루오리진은 최근 2~3년간 매년 2배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고객층도 공공기관부터 대·중소기업, 대학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엔 별도의 운영 대행사를 쓰지 않는 소규모 행사들의 서비스 이용도 늘고 있다.

전서윤 블루오리진 대표는 “산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수요 급증으로 친환경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라며 “각종 행사 개최 시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내부 방침과 기준을 마련한 공공기관, 기업도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산업계를 강타한 ESG 열풍이 마이스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마이스가 기업의 ESG 경영 실적을 쌓는 수단으로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파트너와의 교류, 고객 대상 마케팅 목적으로 기관, 기업이 여는 다양한 형태의 행사에서 환경(E), 사회적 영향(S) 등 ESG가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 중 63%가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했다. 공시 기업 수는 200곳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창현 전시컨벤션경영연구소 소장은 “2021년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컨벤션협회(ICCA), 국제전시연맹(UFI) 등 마이스 국제기구들이 ‘탄소 제로 이벤트 서약’에 서명한 이후 ESG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마이스 도시·기업으로 확산하는 ESG 열풍

각종 행사를 ESG 경영과 연계하는 기관, 기업이 늘면서 마이스 산업 특성과 업계 현실 등을 고려한 ‘마이스 ESG 가이드라인’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상장사나 공시 의무를 지닌 기관에는 ESG가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마이스 업계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나라도 더 많은 행사를 지역으로 유치해야 하는 지자체에선 아예 ESG 행사를 늘리기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ESG 공시 보고서는 협력 업체의 탄소 배출량도 포함하도록 돼있다.

서울시는 ‘마이스 ESG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10건의 전시·박람회에 시범 적용했다. ESG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행사는 각종 지원사업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지난해 각종 행사 개최 시 온실가스 배출원을 특정해 계량화하는 도구인 ‘부산 지속가능 마이스 가이드라인 2.0’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부산시도 기존 마이스 지원사업에 ESG 가이드라인 실천 여부를 평가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윤영혜 동덕여대 교수는 “마이스 기업 중 ESG 공시 의무가 있는 상장사 비율은 0.1%로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마이스의 주 사용자이자 고객인 기관, 기업에 닥친 당면 과제인 만큼 업계도 직간접적인 ESG 영향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는 비용 부담만 키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ESG 요소를 더하는 행사도 늘고 있다. 매년 코엑스 4개 전시홀 전관에서 ‘카페쇼’를 여는 전시주최사 엑스포럼은 매년 10만 부씩 인쇄물로 제작하던 행사 가이드북을 1000부로 줄이고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출품기업과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도록 온라인 가이드북으로 대체했다. 엑스포럼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행사 때마다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윤정 엑스포럼 상무는 “처음엔 종이 홍보물을 디지털 버전으로 전환하면서 개발 외에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부담이 느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비용은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이어 “과거엔 일일이 업체를 수소문해야 했지만, 지금은 관련 기업들이 많아져 선택지도 다양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한두 가지 항목부터 시작해 내재화해야


ESG는 행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엑스포럼이 지난해 카페쇼 방문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ESG를 실천하는 행사에 더 높은 신뢰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90%는 내년 재방문 결정에 영향을 줄 행사 요소로 ‘친환경’ ‘ESG’를 꼽았다.

오 상무는 “행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매년 행사장을 찾는 진성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출품 기업에게는 카페쇼가 ESG 경영 실적을 쌓는 기회이자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의 탄소배출 저감 성과를 출품기업, 바이어 유치 등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행사도 등장하고 있다. 코엑스 대표 주최 전시회인 ‘오토메이션 월드’는 지난해 서울시 ESG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5만 9190kgCO2eq 감축했다. 소나무 6040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양이다. 신지항 코엑스 팀장은 “행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해오던 ESG 활동들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하고 문서화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컨벤션센터도 ESG 경영을 넘어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폐기물 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센터가 ESG 경영과 마케팅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코엑스는 글로벌 마이스 업계의 친환경 서약인 ‘탄소 제로 이벤트 서약’에 가입해 행사 기획 단계부터 친환경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엔 홍콩 로봇회사 ‘어거스트 로보틱스’로부터 국내 최초로 전시장 바닥 마킹 로봇도 도입했다. 코엑스 관계자는 “마킹 작업에서 발생하는 마킹 테이프, 페인트 등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효과로 직원들 사이에선 ‘마프로’라는 애칭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고양 킨텍스도 2년 전부터 ESG 목표 관리제를 도입해 실적 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 부산 벡스코는 매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과 함께 최대 200만 원 상금이 걸린 ‘ESG 실천 우수 사례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이창현 소장은 “단계별로 업무 속성이 다른 마이스 행사와 시설이 처음부터 모든 ESG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먼저 한두 가지 항목부터 시작해 ESG 요소를 내재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불타는 대한민국 '초토화'
  • "콩 무당벌레~"
  • 여신의 스윙
  • 한고은 각선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