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또 발의했다. 이재명 대표는 양대 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클릭 이런 얘기들에 대해서 너무 혹시라도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곧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당론으로 추진된다. 최근 이 대표는 민주당이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선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성장을 이끌어야 할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반대한다. ‘보수’ 정당 간판을 걸고 기업들이 극력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민주당과 이 대표가 단순히 선거 득표 차원에서 ‘우클릭’ 전술을 쓰고 있다면 단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전 세계엔 반관료주의, 탈규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은 일론 머스크가 대규모 공무원 감원과 예산 삭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머스크가 20일(현지시간) 공화당 지지자들 앞에서 ‘전기톱’을 휘두른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기톱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인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건네준 것이다.
노동당 출신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도 선별복지와 규제혁파를 통한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노인 난방비 지원을 대폭 줄였다. ‘혼잡하고 더러운 공항’으로 악명 높은 히스로공항 증축 공사도 착착 진행 중이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개발업자들이 박쥐와 도롱뇽을 걱정하느라 건설에 집중 못 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인도, 베트남 등도 성장을 저해하는 번잡한 절차를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이른바 트럼피즘의 세계적 확산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지난해 7월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산업활동을 저해하는 단체행동을 촉진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재고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무시하고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으나 결국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다. 이런 법안을 또 발의하고, 심지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언필칭 중도보수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