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정당이 내건 정치 현수막이 전국 길거리를 뒤덮고 있다. 그중에는 욕설에 가까운 저열한 표현으로 정치적 반대편을 공격하는 내용이 수두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당 지도부 인사 얼굴 사진 이마에 ‘내란공범’이라는 붉은색 도장을 찍은 것도 있고, 야당 대표 얼굴 사진에 ‘찢어야’니 하는 문구를 덧붙인 것도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달 14일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 결의 이후 여야가 여론전에 나서면서 정치 현수막이 부쩍 늘어났다. 여기에다 지난주 설 연휴가 겹치면서 신년 인사를 빙자한 정치 현수막도 난립했다.
이 같은 정치 현수막은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이어서 가뜩이나 두쪽난 민심을 더욱 이간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이 갈린 것도 모자라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커져서는 정치·사회적 불안정만 가중될 게 뻔하다. 물론 우리 국민이 이런 식의 현수막 선전전에 휘둘릴 정도로 어리석진 않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극단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민이 오히려 불쾌감과 짜증만 느낀다.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정치 혐오 심화가 더 걱정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치 현수막 중에는 신호등이나 운전자 전방 시야를 가려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것이 적지 않다. 정해진 게시 기간을 넘기거나 게시가 금지된 장소에 버젓이 내걸린 불법 현수막도 부지기수다. 정당 현수막의 경우 “읍·면·동별로 2개까지 15일간 설치할 수 있고, 면적이 100㎢ 이상인 읍·면·동에서는 1개를 추가할 수 있다”는 옥외광고물법 규정은 무시되기 일쑤다. 정치 현수막은 이제 길거리의 ‘공해’ 가 돼버렸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정치 현수막은 더 난립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 조기실시 가능성에 대비해 지지층 결집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불법 정치 현수막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은 정치 현수막의 난립과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의 혐오증을 키우고 정치 선진화를 저해하는 마구잡이 현수막을 이대로 더 이상 놔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