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용 서울시건축사회 부회장] 최근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 논의가 세종시와 시민단체의 요구로 재점화했다. 세종시의 탄생 과정을 보면 일리 있는 주장이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중앙정부의 일부 기능을 이전하고자 하는 의도로 설계했다. 현재 국회의사당 세종시 부지와 대통령 세종집무실에 대한 정비도 돼 있는 상태다. 세종시 집무실은 서울과 병행하는 개념인데 건축적 시각에서 본다면 효율적이지 않다.
 | 홍성용 서울시건축사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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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십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버린 기존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로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돼 버렸고 현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용산 집무실과 관저는 너무 협소하고 국가 상징성과 국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해당 국가의 이미지로 통용된다. 이런 이유로 유럽 등 다수 국가는 역사적 건축을 사용하거나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통령실을 짓는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용산 집무실 등의 공간은 기능적으로나 상징성으로나 A+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10권의 경제 대국으로 대중문화와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 국가다. 이러한 격에 걸맞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필요하다. 국가 상징이면서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그런 공간 말이다.
세종시로의 완전한 이전은 이런 배경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는 이미 정부 기관의 많은 부서가 이전한 곳으로 교통, 교육, 주거 등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세종시의 전체 면적은 약 465㎢로, 이 중 개발된 면적은 약 20%인 93㎢ 정도다. 그리고 2022년 4월 26일 국회사무처는 세종시 세종동 일대 63만1000㎡ 부지를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로 선정했다. 2022년 5월 26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한 세종집무실 설치 계획을 보면 인접부지 58만㎡ 이상을 활용할 수 있다.
대통령집무실의 완전한 이전이 성사된다면 세종시는 국가의 정치적, 행정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이 선명해져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여러 국가 기관 및 주한 외국 대사관 등의 이전도 동반한다. 이에 따른 여러 배후 시설도 필요하다. 세종시의 남은 80% 대지에 새로운 디자인과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예들 들면 기존 고층 고밀도 도심에 건축한 일본 총리 관저는 여러 가지 보안의 문제로 애를 먹었다. 신축한 총리 관저의 일부 창을 없애고 인접한 고층 민간 건물은 창을 막도록 했다. 이런 사례를 반영한다면 호주 캔버라처럼 중저층의 새로운 도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저층 도시는 여러 가지 경제적 파급 효과가 가능하다. 중저층의 건축은 대기업에 더해서 더욱 다양한 사업참여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고밀도 대단지 개발에 비해 경제적 낙수 효과가 크고 범위도 넓다.
2025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과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도 마땅한 돌파구가 없고 인구 절벽이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서 있다.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고 대전환의 트리거를 만들어 낸다면 현재의 위기를 딛고 대반전을 이룰 수 있다.
대통령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이 세종시나 충청도에만 기회인 것은 아니다. 핵심 권력기관의 이전을 계기로 경제수도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는 각종 규제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예를 들면 런던의 도크랜드 지역처럼 법인세 등을 할인해주는 엔터프라이즈존(Enterprise Zone)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 개발과 맞물려 국제적 자유 경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도쿄나 상하이 같은 경쟁 도시들을 뛰어넘을 위기 반전의 기회인 셈이다. 미래를 위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