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투자(投資)와 투기(投機)는 재물을 통해 재물을 버는 행위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그러나 투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 상승을 목표로 한다면, 투기는 단기적인 시세 변동을 예상하며 차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점이 다르다.
많은 이들이 투자와 달리 투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프랑스 EM리옹 경영대학 교수이자 프랑스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인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투기 자본주의’로 바라본다. 투기는 인간의 탐욕이 폭발해서 나타난 병리 현상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 창출을 합리화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책은 투기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현대 경제를 탐구하고 오늘날 세계가 처한 경제적 현실의 출구를 모색해온 저자의 연구를 정리했다.
저자는 1974년 포드 미국 대통령의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 공포를 ‘투기 자본주의’의 시발점으로 제시한다. 이 법은 기업에서 연기금을 분리해 일종의 금융기관인 ‘연금급여보증공사’를 설립하고, 기업 연금이 파산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일정한 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법을 통해 노동자들의 연금은 다양한 기업으로 흘러들어간 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 돈이 주식시장과 결합하고 덩치를 키우면서 ‘투기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고 이야기한다.
투기 자본주의의 근간에는 “미래는 풍요로울 것이므로 누적되는 부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러한 투기 자본주의의 약속이 반세기 동안 금융경제와 실물경제, 기업 운영과 노동, 나아가 사회 전체에 뿌리내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가 마냥 풍요로운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을 갖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투기 자본주의’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