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학교 안전`…교내 CCTV·경찰 역할 확대 목소리

김하늘양 사망에 비통한 분위기 이어져
돌봄 필수인데…학교 안전 대책 만들어야
사각지대 없애고, 귀갓길 안전 강화 대책 분주
전문가들 "범행 교사, 우을증은 변명일 뿐"
  • 등록 2025-02-13 오전 12:48:24

    수정 2025-02-13 오전 7:35:46

[이데일리 손의연 정윤지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사건 이후 교육 현장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정을 제외하면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참변이 벌어지며 학교 내 안전 환경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초등학생을 키우는 40대 학부모는 “학교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망을 구축해야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유족 측은 “다시는 제2의 하늘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CCTV도 없어…“학생들 교내 머무는 시간 길어져 공백 불안”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5시 사이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40대 교사 A씨가 해당 초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하늘(8)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학교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했고 “어느 아이든 같이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마지막에 하교하던 김양에게 ‘책을 주겠다’고 하며 시청각실로 유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으로 학교가 정말 안전한 곳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학교 정규 수업 후 운영되는 늘봄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결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김양의 위치 추적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범행 장소인 학교 2층 복도와 돌봄 교실, 시청각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모두 없었던 탓이다. 이 학교의 교사인 A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을 범행 장소로 삼은 곳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CCTV가 범행을 막을 순 없지만, 범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울산시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 등은 즉각 교내 CCTV를 비롯해 비상벨과 인터폰 등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학생의 귀갓길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돌봄교실에 안심 알림서비스(문자 등)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학생 귀가 시간에 경찰의 정기 순찰을 확대하거나 이 시간에만 귀가를 돕는 전담 인력을 뽑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학교폭력 관리와 청소년 범죄 예방을 주 업무로 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A씨 경우 이전에 동료 교사의 목을 조르고 팔을 꺾는 등 폭력 행동으로 교육청에 보고까지 된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SPO와 학교 간 협업이 잘 이뤄졌다면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서울 일선서 소속 한 경찰관은 “SPO의 경우 학생과 많은 면담을 하는데, 이를 통해 이상징후가 있는 교사를 선제적으로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정 한국교원대 전임연구교수는 “CCTV와 관련해선 여러 의견이 있는데 저학년 경우엔 선생님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설치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상벨과 인터폰 등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귀갓길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행정복지센터와 파출소 등이 운영하는 시니어 일자리단을 투입하는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우울증 범죄?…전형적인 계획범죄”

이번 범행이 학생을 지켜야 할 교사가 저지른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크다. 교사의 정신건강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7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도 교사의 정신질환에 대한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씨 경우엔 우울증 주장에 대해 분석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러 범죄자들은 다 변명거리를 댄다”며 “(우울증의 영향이라기 보단)본인 스스로 잔인한 행동을 통해 달성하려고 한 가학적 욕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CCTV에 범행 당일 (A씨가) 흉기를 구매하는 모습이 찍혔고 아이에게 책을 준다며 시청각실로 유인하지 않았느냐”며 “본인은 우발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선 정황을 보면 아주 전형적인 계획범죄”라고 짚었다. 또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우울증이 아닌 여러 상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질병휴직심의위원회가 규정에 따라 지켜졌다고는 하지만 앞선 대처가 느슨했고 그 과정에서 A씨에 대한 분노를 자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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