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30일자 1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이현정 송이라 기자] 올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은행권이 일제히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그 동안 허리띠를 졸라맨 은행들로선 경영상태가 호전된 올해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은 만큼 누가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설지에 대해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최근 월급여의 200%에 달하는 연말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민은행의 성과급 지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7년 이후 4년 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연말 결산과 함께 최대 200%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합의했다”며 “금융위기 후 허리띠를 졸라맸던데다 올해 실적도 좋아 은행권 중 가장 먼저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월급여의 100~15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놓고 현재 노사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올해 창립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 노사도 100%의 성과급 지급안에 대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년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던 하나은행은 이미 올초에 월급여의 1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우리은행 노조 역시 100%의 성과급 지급을 놓고 사측과 협의하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지난 6년간 연말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외환은행 노조의 경우 일단 하나금융과의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올해 현대건설 매각 특별이익을 비롯해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노사간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은행도 있는 만큼 우리도 끝까지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과는 달리 은행 경영진들은 성과급 지급에 대해 크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임금동결·삭감을 감수한 만큼 성과급 지급 자체엔 큰 이견이 없지만 최근 고임금과 고배당 등으로 은행권이 탐욕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차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상반기 경제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는 점도 성과급 지급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그 동안 열심히 일하고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이 안쓰러운 건 사실이지만 여론을 무시하기도 어렵다”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의 상황을 봐가면서 연말 성과급 지급규모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내부적으로 성과급 지급에 어느정도 합의한 상태지만 그나마 가장 실적이 좋은 신한은행이 먼저 나서기 전엔 눈치가 보이는게 사실”이라며 “일단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