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졸사원 200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했다. 창사이래 처음이며 채용규모도 국내 공기업 중 가장 크다. 입사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졸 사원과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사내에 대학 교육 과정을 개설하기로 하는 등 일자리의 질도 좋다. LH는 이들 말고도 60세 이상의 실버사원도 2000명을 뽑았다. 건설경기가 바닥이고 10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자리 창출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서울시도 5일 공공청사와 지하철 역사에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민간 용역업체에 지불하는 이윤·부가세 등 경비를 줄 필요가 없어 추가 소요예산 없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내년쯤에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관등 민간 위탁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고용개선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LH와 서울시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묻지마’식 대학진학과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들이 업무 내용과 관계없이 고학력자만 선호하다 보니 대학진학률은 70%가 넘고 있다. LH처럼 고졸사원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값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무조건 대학에 가는 풍토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우수한 인력을 젊은 나이에 뽑아 ‘맞춤형인재’로 육성할 수 있으니 손해보는 일이 아니다.
서울시의 정규직 방침은 비용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근로자들도 사용자가 부담을 덜 느끼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잇따른 정규직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영세기업의 경우 실제 타격이 클 수 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대기업부터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고 중소기업은 유예기간이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두 기관의 이런 조치는 조그만 인사혁명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일과성 이벤트로 그쳐선 안된다. 대선주자들도 LH와 서울시의 사례를 잘 연구해 많은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상생’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약속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