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기태 ‘작자미상의 1974년 3월 19일’(사진=갤러리그림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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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한다. 잘 찍힌 사진을 보면 ‘그림 같다’고 하고. 지독히 닮았지만 섣불리 넘을 수 없는 선, 그림과 사진 사이의 경계다. 그 선을 폴짝 넘어 그림이 사진이 된 적은 없고, 사진이 그림이 된 적도 없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과연 사진 쪽에 놓이겠나, 그림 쪽에 놓이겠나.
굳이 장황한 ‘사설’이 필요했던 건 작가 김기태의 특별한 작품세계 때문이다. 사진이기도 그림이기도 한 작업 말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한끗 차로 갈릴 장르의 운명을 재배치하는, 이런 양면에는 작가의 이력이 한몫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떠난 유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던 건데.
아예 그림과 사진을 한몸으로 만들자고 작정했던 건가. 처음에는 실제 풍경을 찍은 필름에 상상의 풍경을 그려넣었더랬다. 그러던 게 최근 작업에선 사진을 빼버리고 그림만 남기기도 했는데. 작자미상(Unknown Artist) 연작인 ‘작자미상 1974년 3월 19일’(2021)이 그림만 남은 ‘사진 같은’ 작품이다.
초기작이나 근작이나 바탕에 진짜가 있든 없든, 작가 작업에 배경이 된 저곳은 그래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그 다리는 빛이 놨다. 사진에 반드시 필요했던 빛을, 그림에 흔적처럼 남겼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기획초대전 ‘기묘한 그러나 아름다운’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81×281㎝.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 | 김기태 ‘작자미상 2020년 4월 22일’(2020), 캔버스에 오일, 145×145㎝(사진=갤러리그림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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