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내가 이 여행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우선 그날 너무도 추위에 시달리며 고생했기 때문이다. 비참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또 다른 이유는 그다음에 내가 한 행위 때문이다. 눈길을 걸으며 나만의 사색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컴퓨터 코드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립자 빌 게이츠(70)가 회고록 ‘소스 코드: 더 비기닝’에서 밝힌 1971년 16세 시절의 추억이다. 저자는 친구들과 떠난 하이킹에서도 컴퓨터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하이킹과 프로그래밍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활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둘 다 나에게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빌 게이츠가 성인이 된 뒤에 보여준 활약은 유명하다. 그는 20세에 하버드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한 뒤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해 산업계 거인으로 성장했고, 최근엔 기후변화·세계보건·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자선 활동가로 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빌 게이츠가 3부작으로 준비 중인 회고록 중 첫 번째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허심탄회하게 담고 있다.
지금의 시선이라면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는 고백, 10대 시절 반항적인 태도로 부모님과 부딪히며 갈등했던 일, 가까운 사람을 갑자기 잃은 사건 등은 빌 게이츠가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부유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일찍부터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던 교육 환경에 있었다며 “불로소득 같은 특권을 누렸다”고 전한다. 자신의 성공에 취하지 않고 겸손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태도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