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8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
최근 동반성장이 국정과제 최우선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공익광고협의회의 이 같은 광고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가 선봉에 서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기관이 있다. 바로 조달청이다.
조달청장에 취임한 지 한 달여가 된 강호인 청장을 지난 5일 서울지방조달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1984년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에서 차관보까지 30년 가까이 일하다 올 초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면서 야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4개월만에 조달청장으로 발탁돼 다시 정무직 공무원으로 컴백했다. 그동안 못 봤던 영화나 실컷 보면서 좀 쉬고 싶다던 그는 이제 본청이 있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면서 어느때보다도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中企라고 무조건 지원은 안해 조달청장으로 한 달여를 보낸 소회를 묻는 말에 밖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조달청을 단순히 정부나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조달해주는 기관 정도로 생각했지만, 청장이 돼서 보니 정책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
강 청장은 "공공조달시장 규모가 연간 10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8%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라며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책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장산업 육성, 동반성장, 녹색산업 등 조달청이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정책 중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에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제품의 구매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2009년 70%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해 77.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강 청장은 "발돋움을 하려는 기업에 발 받침을 제공해야지 기업들의 키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무조건 발 받침을 받쳐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각종 편법 단속..유통질서 확립할 것 조달청을 하드웨어 조직에서 소프트웨어 조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싸고 빠르게 조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제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가격이 쌀 때 원자재를 사서 조달청 창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빼서 쓸 수 있는 `창고증권 방출제도`나 조달청에 비축해놓은 구리를 기초자산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구리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해 상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에 좀 더 싸고 쉽게 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다.
조달시장이 크다 보니 각종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여성기업으로 대표자를 변경하거나 직접 생산하지도 않았는데 허위 서류를 제출하기도 한다. 편법 기업분할도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취임 직후에는 학교급식 식자재 질이 떨어지고 유통과정에서 비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경우 그냥 놔두지 않을 작정이다.
강 청장은 급식문제가 불거지자 나라장터에 등록된 식자재 공급업체 2591개사에 대해 즉각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조사결과 시설이나 환경이 기준에 못 미치면 나라장터 등록을 취소하는 한편 해당 시군에 통보해 영업정지나 취소 등의 조처를 할 방침이다.
강 청장이 꿈꾸는 조달청은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청렴기관이다. 계약기관이다 보니 항상 의혹의 시선이 있고 직원들의 불찰이나 실수로 주의나 경고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작은 오점까지 줄여가겠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조달청은 잘 해왔고 정책 방향도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며 "희망사항이라면 감사 무결점 기관이 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