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ZOOM人]'소통 리더십'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직원 200명 직접 만나며 '미래 설계'
회장실 문패 'Joy Together'...권위 내려놓고 조직 다독여
  • 등록 2014-01-13 오전 6:00:00

    수정 2014-01-13 오전 6:00:00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하나금융지주에는 ‘회장실’이란 단어가 없다. 김정태 회장은 자신의 방 안에 본인의 이름 약자 JT(정태)를 따 ‘Joy Together’라는 팻말을 붙였다.

회장실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은 직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나금융에서 회장실은 권위로 가득찬 공간이 아닌 소통의 공간이다. 김 회장은 직원이면 누구나 이곳을 찾아오라며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 2012년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이달 10일 2년 만에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기자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그는 마지막 임기 1년을 남긴 상황에서 조직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의 2대 회장이다. 1대는 하나금융의 대명사와도 같은 김승유 전 회장이었다. 확실한 족적을 남긴 김승유 회장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김정태 회장은 그만의 리더십 찾기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소통과 현장경영으로 그만의 색깔을 찾았다는 평가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10일 직접 하나금융지주의 10년 경영대계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왜 지금 2025년 경영비전을 발표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 비전의 목표달성 시점인 2015년을 1년 앞 둔 상황인데다 외환은행 직원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비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바꿔말하면 조직이 그를 중심으로 확실한 동력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조직을 다독이기가 웬만큼 성공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간 하나금융은 국민·우리·신한 등의 금융그룹과 함께 ‘빅4’로 불렸지만, 3개 금융그룹과는 격차가 컸다. 그 격차를 외환은행 인수라는 한 방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인수 후 개성 강한 두 조직을 다독이며 조심스레 하나로 묶는 과제가 남았고, 그 중심에는 김정태 회장이 있다.

이번 비전 발표가 더욱 의미있는 것은 하나금융의 일환이 된 외환은행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취임 초 ‘글로벌 톱50, 아시아 톱10 금융그룹’의 밑그림을 그렸지만 아직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의견은 녹이지 못했다. 김 회장은 조직이 함께 미래를 그려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참여하는 조직 비전이 필수라고 판단해 이번 전략 발표를 기획하게 됐다.

이번 전략 발표에는 김 회장의 그간 1년 동안의 고민이 녹아있다. 지난해 1월 경영진 22명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직원을 대상으로 170명을 인터뷰했다. 또 지난해 3월 부터 거의 석달에 거쳐 직원들이 원하는 금융지주의 미래를 직접 설문조사했다. 철저하게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전략 발표에는 평소 직원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개 경영진들이 뚝딱 아이디어를 내 조직구성원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전략과는 그런 면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지난 11일 오후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하나금융그룹 ‘출발 2014’ 행사에서 그룹의 새로운 비전 선포를 마친후 김정태 회장이 꽹과리를 들고 농악대를 이끄는 상쇠로 깜짝 등장해 꽹과리를 치고 있다.
김 회장의 직원 사랑은 금융권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하나은행 본부장 시절부터 지방 영업점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직원 이름을 기억하고 애경사를 직접 챙겼다. 김 회장은 서울은행 말단 행원으로 입행해 조직문화가 전혀 다른 신한은행, 하나은행으로 두 차례 전직했다. 어떤 조직에서건 아랫사람의 말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양호한 경영성과는 그가 추구한 ‘소통’이 낳은 가시적인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한국투자금융 시절을 ‘하나금융 1.0’, 하나은행 출범 이후를 ‘하나금융 2.0’이라고 한다면 외환은행을 품은 시점부터는 ‘하나금융 3.0’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하나금융 3.0’의 선장은 김 회장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에서 국내 금융그룹 정상을 다투게 된 하나금융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3분기까지 당기순익 8988억원을 기록하며 저금리·저성장의 파고 속에서도 낙폭을 최소화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을 하나로 묶는 절체절명의 과제 속에서 김 회장의 소통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지난해 4월 외환은행 잔여지분을 인수해 외환은행을 100%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외환은행 노조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김 회장은 “독립경영 보장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며 외환은행 직원들을 보듬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비즈니스는 김 회장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24개국 127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전역에 소매 영업권을 가진 BNB 인수를 마무리짓고 한국계 은행이 취약한 북미 지역 마저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임기 마지막 1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은 이제 결과물이 돼 국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의 소통의 리더십은 서서히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다. 김 회장의 열린 리더십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결합 그리고 해외 진출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현지화 전략 등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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