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김미영 기자] 우리 정부가 그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늘려왔지만, 국제 사회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왔던 것을 고려해 앞으론 효과와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ODA 예산 규모를 6조 5000억원까지 늘리며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32개국 중 13위로 올라서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 내세울 만한 두드러진 성공모델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전략 없이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2000개 안팎의 크고 작은 사업을 파편적으로 추진하는 탓이 크다.
정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개발연구센터장은 “한국이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지 시간이 꽤 흘렀으나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ODA 성과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며 “효과가 아예 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 효과가 잘 보이지 않기에 실효를 더 높이고 그 성과를 알리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임팩트’를 내기 위해선 우선 자잘하게 나눠 기획하고 추진 중인 각각의 사업을 대형화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선 ODA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게 우선이다. 정부도 기본적으론 소액 무상원조 사업으로 시작해 차츰 유상 원조 방식으로 전환하며 대형화 시도에 나서곤 있지만 지난해 기준 이 같은 사례는 2000건 중 39건에 그친다.
정헌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기에 10억원, 저기에 10억원 하는 식으로 쪼개서 지원하는 현 방식으로는 임팩트를 주기 어렵다”며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을 받는 수원국도 (원조 혜택을)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공급망 관련 실익을 고려해 ODA 사업을 재편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이 역시 사업 모델을 잘 만든다면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정 센터장은 “개발도상국 원조를 우리 공급망 강화와 연계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에겐 필요한 방향”이라며 “부처 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공급망도 강화하고 수원국도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잘 만든다면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국 ODA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방안으로 손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다수 ODA를 중단하고 전담 기관이던 국제개발처(USAID)를 폐쇄했으나 그만큼 미국 개발금융기관인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역할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DFC와의 협력을 통해 전략적 ODA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지영 KIEP 국제개발연구센터 개발성과분석팀장은 “앞으로 DFC의 향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한·미 공통 관심 분야·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기획 실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