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4할타자가 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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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3-09-27 오전 6:00:00

    수정 2013-09-27 오전 6:00:00

[남궁 덕 칼럼]과학칼럼리스트로도 유명한 정재승 KAIST 교수가 수십 명의 프로야구 광 팬들과 함께 얼마전 펴낸 ‘백인천 프로젝트’는 절대경쟁 사회의 피 말리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고발한다. 이 책은 백인천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 출범 첫해인 1982년에 0.412의 타율로 4할을 넘긴 뒤 30년 동안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현상을 분석했다.

결론은 이렇다. “한국 야구 30년 동안 타자의 기량은 꾸준히 향상됐으며 선수 사이의 표준 편차가 감소돼 점점 ‘튀는’ 선수가 나오기 힘들게 됐다. 앞으로 4할 타자는 다시 나오기 힘들다.”

기업생태계에서 4할 타자라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40% 이상 올리는기업을 말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하게 나오진 않는다. 4할 기업은 신시장을 개척해서 시장을 독점할 때나 특수 사업분야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시장에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들은강원랜드(32.45%) 엔씨소프트(31.25%) 현대백화점(28.09%) KT&G(27.48%) 무학(25.64%) 네이버(24.34%) 등이다. 제호와 비즈니스 영역을 겹쳐 놓고 생각해보면 이들이 왜 많은 이익을 내는지 알 수 있다. 나머지 업종에선 대부분 경쟁자들이 촘촘히 어깨를 맞대고 있어 4할 타율을 기록하기가 버겁다.

특히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기업 생태계에서 4할 타자는 고사하고 B급시장(2군)으로 밀려나 하루아침에 이름 없이 사라지는 기업도 허다하다. 오마바가 애용한 스마트 폰의 ‘원조’인 캐나다의 휴대폰 회사 블랙베리와 ‘IT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박병엽 부회장의 이끌던 팬택의 쇠락은 기업경영이 얼마나 험로를 여행하는 것인지를 생각케 한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이 개화할 때는 나름대로 선전했는데 정작 시장이 만개해 과실을 따먹을 때는 삼성전자 애플 등 강호의 고수들 간 건곤일척 싸움을 구경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제로섬 법칙은 만보기 오락기 등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하나의 업종을 형성하던 산업군을 초토화시켰다. ‘조금싸고, 조금 편리하다’는 콘셉트론 설 땅이 없다. 큰 거 한방 있다거나 발만 빠르다는 지적은 약점이 많은 선수의 다른 말로 들리는 것 처럼.

4할 기업의 출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어려워질 런지도 모른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어떤 구질의 공을 쳐야 하는 지를 미리 분석해 몸에 익혀 나가는 타자(기업)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공이 들어올 때 쳐야 하고 ,어떤 공은 참아야 하는지를 몸(조직)에 터득한 타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를 때 지르고, 자린고비로 몸을 낮출 때는 낮추는 걸 깨우친 기업들도 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최대의 예언자는 과거”(바이런)라는 말을 따라 경영자들이 빅데이터라는 이름의 과거를 열심히 케고 있는 결과다.

절대 경쟁 사회의 생존 키워드는 뭘까. 간단하다. 더 창의적으로 나가는 방법뿐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역설적으로 실패를 용인하는 ‘실패 경제학’이 사회에서 용인될 때 가능하다.

다시 백인천 프로젝트다. 백인천 선수가 야구장으로 관중을 이끌었듯이 시대를 풍미하는 4할 기업이 출현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창업에, 리스크에 몸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는 결국 4할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잠재 스타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운동장에서 밀리지 않는 싸움을 펼치면 투자자(후원기업)는 물론 소비자(관중)들도 구단(기업)을 응원한다.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는 없어졌지만, 4할 타자의 꿈은 훗날 과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룰 연간 600만명이 찾는 명품 프로 스포츠로 키운 것이다. 4할 타자가 다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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