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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이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 3월 초중순께. 대표적인 글로벌 장기금리인 미국채 10년물은 2.6%를 상회했다. 그달 13일(현지시간) 2.6260%까지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후 두 차례 더 인상에 나섰다. 시장금리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지난 18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3926%. 기준금리는 9개월간 75bp(1bp=0.01%포인트) 뛰어올랐는데, 장기금리는 오히려 23bp 이상 내린 것이다. 같은 기간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1.3760%→1.8277%)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장기금리는 미래의 거울이다. 단기금리가 통상 통화정책에 좌우된다면, 장기금리는 주로 경제전망에 등락한다. 장기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미래에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의미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경제의 마에스트로’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2004년 당시 경기 과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지만, 기대인플레이션(각 경제 주체들의 향후 물가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금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른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다.
기대인플레 하락세
그런데 이런 미스터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물가채는 원금이 물가와 연동해 움직이는 국채다. 또다른 국채인 국고채는 국가가 투자자로부터 빌린 원금에 이자를 쳐서 준다. 원금이 1억원이고 금리가 2%라면, 투자자는 연 20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물가채는 여기서 실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을 제거한 채권이다. 물가가 5% 오를 경우 원금은 1억500만원이 되고, 여기서 책정된 금리에 따라 이자를 주는 것이다.
국고채 금리는 물가채 금리에 사람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만큼 더 높다고 보면 된다. BEI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내포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최근 BEI 수준은 어떨까. 한은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인 지난달 0.7%포인트대였는데, 이번달에는 0.6%포인트대로 내렸다. 미국처럼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매우 낮은 상태다. 2012년 전만 해도 BEI는 2%포인트대를 훌쩍 넘었다. 향후 물가 오름세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2013~2014년 1%포인트대로 내려왔고, 2015년부터는 0%포인트대로 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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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의 수수께끼
이는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급격한 BEI 하락 과정을 겪으면서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방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저물가는 재닛 옐런 의장도 ‘미스터리’라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정도는 더 심한 것이다. ‘이주열의 수수께끼’라는 표현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외 채권시장에서 커브 플래트닝은 심화하고 있다.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낸다. 단기금리가 상승하고 장기금리가 하락해(혹은 덜 상승해)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평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를 띤다.
지난 19일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3년물 금리 차는 35.4bp로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커브를 정상화하려는(가파르게 하려는) 시도를 하겠지만 중기적으로 커브 플래트닝 압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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