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생존권 위협…단순 금전채무와 달리 봐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양소영 변호사
한부모 10명중 8명은 양육비 미지급…약한 제재 탓
가장 강한 제재는 감치…잠적해 6개월 지나면 무효
2005년부터 관련법안 발의돼도 국회선 번번이 폐기만
  • 등록 2020-05-01 오전 1:11:00

    수정 2020-05-01 오전 1:11: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배드파더스` 공동변호인단]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가 등장한 건 지난 2018년 7월. 그제서야 우리 사회에 양육비 미지급 실태의 심각성이 알려졌다. 변호사 경력 20년차로 가사 소송을 주로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안 것은 2015년 대법원 공개변론을 진행하면서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양육비 미지급률은 78.8%. 한부모 가구주 10명 중 8명이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부과되는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실무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채무자들은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재산과 소득을 타인 명의로 돌리고 양육비 이행명령이나 감치·과태료 등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위장 전입하거나 잠적해 버린다. 법원이 판결 등으로 정해진 양육비 전액이 아닌 일부 금액에만 이행명령을 내려 나머지 금액에 대해 피할 길을 주기도 한다.

현행법 상 가장 강력한 제재는 감치다. 이행명령을 내려도 3기 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법원은 일부라도 지급했으면 감치를 잘 내려주지 않는다. 감치 결정이 있어도 상대방이 잠적해 6개월 내에 집행을 못하면 결정 자체가 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애초에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국내와 달리 해외 주요국들은 양육비 미지급자를 강력 처벌하는 규정과 운전면허 제한 등 행정제재를 동시에 두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는 14년형까지 선고되는 중범죄이고 독일 역시 3년형까지, 프랑스에서는 1만5000유로(한화 1900만원)의 벌금과 2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지난 2005년 17대 국회부터 양육비 대지급제도 등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폐기됐다. 20대 국회에도 양육비 대지급제, 운전면허 제한,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도입에 관한 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곧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될 운명이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은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 채무 불이행과는 달리 봐야 한다. 이는 현재 대법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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