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경기·인천 정치권에서 ‘기초의원 정수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인구수 대비 기초의원 수가 부족해 유권자들의 참정권에 제한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초의원들의 잦은 일탈에 일반시민 사이에서는 ‘기초의회 무용론’도 팽배한 상황이라 의원 정수 확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 오산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기초의회 최소 정족수인 7명으로 구성된 오산시의회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3만4471명이다. 이는 의원 정수 7명인 전국 54개 시군 평균 8650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사진=오산시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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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시·군의장협의회는 지난달 이상복 오산시의회 의장이 제안한 ‘경기도 기초의원 정수 확대 건의의 건’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행정구역 개편을 앞둔 인천에서도 동구와 중구, 서구의회 등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기초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지방의회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기초의회 의원 정수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시·도별 배정된 총정수 범위 내에서 기초단체별 인구 비율과 읍·면·동수 비율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된 경기도의 기초의원 정수는 463명으로 지난해 11월 기준 의원 1인당 인구수는 2만 9569명이었다. 123명인 인천의 의원 1인당 인구수 또한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만 4541명이다. 반면 전남의 경우 247명의 기초의원 정수를 배정받아 의원 1인당 인구는 현재 7245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의 1/4에 불과하다.
개별 기초의회를 살펴보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올해 인구 100만 특례시로 승격된 화성시의 기초의원은 25명으로 의원 1인당 인구수는 3만 8673명에 달한다. 인구 1만 5334명인 경북 영양군의회 의원은 7명으로 1인당 2191명의 군민을 대변한다. 무려 17.6배 차이다.
이상복 오산시의장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유권자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에 비해 4배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면, 이는 헌법상 허용한계를 일탈해 경기도민의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형규 국립 한경대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기초의원 정수는 중앙정부의 안을 국회에서 결정하는 까닭에 정치적 그리고 당파적 고려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발생한다”며 “대의민주주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인구수에 따른 의원정수 배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의와 반대로 기초의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작게는 음주운전과 갑질, 외유성 출장부터 폭행·성범죄·뇌물수수 등 형사범죄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한 기초의원들의 일탈과 비위행위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 서구에서는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인천 서구의회 의정감시단’이 발족하기도 했다. 당시 서구의회에서 발생한 잇따른 구설수에 주민과 전문가들이 직접 의정활동을 감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기초의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노건형 수원경실련 사무처장은 “오산처럼 7명 의원으로 구성된 곳은 상임위 구성조차 어려워 증원이 필요하지만, 기초의회가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정을 하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며 “의원정수 확대를 위해서는 기초의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증받고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욱 광명경실련 정책실장은 “지방자치라는 측면에서 기초의회는 꼭 필요하지만, 의원들의 ‘개인정치’로 문제가 발생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당정치’가 각 정당에 안착해 의원들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