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부펀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금융시장 돋보기]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등록 2025-02-24 오전 5:00:00

    수정 2025-02-24 오전 9:45:17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부펀드 설립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취임 한 달 만에 기록적인 행정명령(65건)을 내린 것도 놀랍지만 금융 관련 첫 행정명령이 국부펀드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재무부와 상무부는 90일 이내에 구체적인 설립 방안(구조, 지배구조, 조달, 투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부펀드는 재정과 같은 정부의 정책자금이다. 다른 점은 자금의 성격이 투자자금이라는 점이고 투자기간이 긴 장기자금이란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연기금과 달리 국가자산이 재원이기 때문에 부채가 아니며 조달비용도 제로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100개 이상의 국부펀드가 9조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처럼 원자재 수출대금이 재원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 정도다. 중국투자공사(CIC), 싱가포르투자청(GIC)처럼 외환보유고 재원도 상당하며 싱가포르 국부펀드(테마섹)나 호주 국부펀드(퓨처펀드)처럼 순수 재정이 재원인 경우도 꽤 있다. 모두 갚을 필요가 없어 국가의 장기전략 투자에 활용된다. 국부펀드를 잘 운용할수록 재정을 대체하는 성격도 강해진다.

국부펀드 행정명령을 두고 ‘트럼프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글로벌 흐름을 보면 국부펀드 설립은 트럼프만의 아이디어도 아니고 미국만의 구상도 아니다. 조 바이든 정부 역시 첨단산업에 대한 미·중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역시 작년 가을 노동당 정부가 새로 집권하자마자 국부펀드(NWF)를 설립한 바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낙후한 국가 인프라를 확충하고 핵심전략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유도를 위한 마중물 기금 성격임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1년 내에 설립될 미국 국부펀드가 어떤 지배구조와 자금조달, 투자정책을 취하든지 간에 자본시장과 산업정책, 재정건전성에 주는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국부펀드를 통해 자본시장을 통한 국가 재정 확충을 실험하는 동시에 미국 주식시장의 새롭고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을 보면 국부펀드 설립 목적이 국가자산(5.7조 달러)을 유동화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미국 자본시장을 통해 가치를 증식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정부(국가자산)는 그동안 가장 역동적인 자신의 자본시장이 주는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S&P 500 지수가 3배 올랐지만 과실은 민간 금융회사와 투자자, 수익자, 그리고 무엇보다 국부펀드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에게 귀속됐다. 정작 미국 정부가 자본시장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외된 것이다. 또한 국부펀드의 참여로 자본시장은 새롭고 거대한 수요기반이 형성되면서 주식시장의 가치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참고로 국부펀드들은 50% 내외를 주식으로 배분하고 있다.

둘째, 산업정책의 기조 변화다. 첨단전략분야는 원래 위험이 높고 장기투자 성격이 강해 재정과 세제, 마중물 투자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주로 보조금 정책을 도입한 바이든 정부 역시 국부펀드를 고민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보조금 정책은 한계가 있다. 특히, 경제의 블록화와 공급망 재편, 미·중 경쟁 격화로 경제의 안보적 성격이 강화될수록 정부의 역할은 한층 고도화된다. 국가가 민간자본과 협력해 투자 결정을 행사하는 국부펀드의 장점이 첨단전략 분야에서 보다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사우디 PIF는 전체 자금의 60%, 중국 CIC는 30%가 첨단, 인프라,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의 국부펀드 틱톡 인수 언급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건전성 개선에 대한 기대다. 국부펀드가 설립되면 장기 전략 분야는 국부펀드, 단기정책은 재정으로 역할분담이 나타날 수 있다. 국가부채비율이 120%가 넘고 재정적자 비중(GDP 대비)이 6%가 넘는 상황은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부채 악순환에 대한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다. 설상가상 적자 국채의 높은 이자 부담과 감세 기조 탓에 미국 정부효율부 도지(DOGE)에 의한 세출 조정만으로는 재정적자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세의 소득세 대체도 현실성이 없다. 결국 남은 카드는 휴면상태 국가자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국부펀드 설립은 가치상승이 가장 빠르고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자국의 자본시장을 통해 국부를 축적하고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려는 마지막 카드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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