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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 행정명령을 두고 ‘트럼프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글로벌 흐름을 보면 국부펀드 설립은 트럼프만의 아이디어도 아니고 미국만의 구상도 아니다. 조 바이든 정부 역시 첨단산업에 대한 미·중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역시 작년 가을 노동당 정부가 새로 집권하자마자 국부펀드(NWF)를 설립한 바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낙후한 국가 인프라를 확충하고 핵심전략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유도를 위한 마중물 기금 성격임을 밝힌 바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국부펀드를 통해 자본시장을 통한 국가 재정 확충을 실험하는 동시에 미국 주식시장의 새롭고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을 보면 국부펀드 설립 목적이 국가자산(5.7조 달러)을 유동화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미국 자본시장을 통해 가치를 증식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정부(국가자산)는 그동안 가장 역동적인 자신의 자본시장이 주는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S&P 500 지수가 3배 올랐지만 과실은 민간 금융회사와 투자자, 수익자, 그리고 무엇보다 국부펀드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에게 귀속됐다. 정작 미국 정부가 자본시장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외된 것이다. 또한 국부펀드의 참여로 자본시장은 새롭고 거대한 수요기반이 형성되면서 주식시장의 가치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참고로 국부펀드들은 50% 내외를 주식으로 배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건전성 개선에 대한 기대다. 국부펀드가 설립되면 장기 전략 분야는 국부펀드, 단기정책은 재정으로 역할분담이 나타날 수 있다. 국가부채비율이 120%가 넘고 재정적자 비중(GDP 대비)이 6%가 넘는 상황은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부채 악순환에 대한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다. 설상가상 적자 국채의 높은 이자 부담과 감세 기조 탓에 미국 정부효율부 도지(DOGE)에 의한 세출 조정만으로는 재정적자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세의 소득세 대체도 현실성이 없다. 결국 남은 카드는 휴면상태 국가자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국부펀드 설립은 가치상승이 가장 빠르고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자국의 자본시장을 통해 국부를 축적하고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려는 마지막 카드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