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140조원, 밥상에서 증시까지 흔든다[비만신약이 바꾸는 세상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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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신약 급성장에 노보노디스크 시총 덴마크 GDP 추월
일라이릴리, 글로벌 시총 20위권 진입
"美 GLP-1 사용자 3000만명 도달시 GDP 0.4%↑"
식품·외식업계 긴장…의류·항공 업계는 수혜
  • 등록 2025-10-06 오전 8:00:00

    수정 2025-10-06 오전 8:00:00

기름 냄새 가득한 전 부치기와 송편 빚기. 추석은 언제나 풍요로운 음식으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지만, 풍요 뒤엔 늘 ‘살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비만 신약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약물이 식탁과 주식시장 모두를 뒤바꾸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특집 2부작에서는 건강을 넘어 경제까지 뒤흔드는 비만 신약의 모든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추석 밥상만큼 푸짐한 건 지금 제약업계의 기대감입니다. GLP-1 계열 비만 신약이 헬스케어를 넘어 금융·소비·항공·패션 산업까지 파급력을 미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시장을 선도하는 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입니다. GLP-1 계열 비만 신약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폭등하면서 노보노디스크 시가총액이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일라이릴리 역시 전 세계 시총 순위가 20위권에 들어갈 만큼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는 제약 산업이 단순한 헬스케어를 넘어 거시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합니다. 미국 월가는 비만 신약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4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야말로 장밋빛 전망이죠.

특히 전문가들은 GLP-1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한 달분 약의 정가는 1079~1349달러에 이릅니다. 미국 의학저널 자마 헬스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메디케어(미국 시니어 의료보험)가 GLP-1 약물을 보장할 경우 향후 10년간 지출이 477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예상되는 건강·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비만 및 비만 관련 질병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근로 시간 감소, 조기 사망, 가족 간병 등 보건 시스템과 전반적인 생산성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GLP-1 사용자가 3000만명에 도달하면 미국 GDP가 0.4%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 비만 관련 질환이 줄어 건강 지출이 감소하고, 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산입니다.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건강 악화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하지만, 건강이 개선되면 그만큼 생산성도 향상된다”고 짚었습니다.

반대로 식품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코넬대가 지난해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정 내 GLP-1 복용자 1명이 있을 경우 식료품 지출이 6개월 내 평균 5.3% 감소했고, 부유층의 경우 감소율이 8.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칩·쿠키·베이커리 품목 등 가공식품 소비가 크게 줄었으며 요구르트와 과일 등 건강식품 소비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코넬대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건강식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음식 구매량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만 신약으로 식료품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네슬레, 다논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은 ‘고단백 식단’, ‘근육 유지용 간편식’ 등 새로운 상품 라인업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소매업과 항공, 패션 업계도 비만 신약발(發) 변화를 겪고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 체형 변화로 인해 운동복 판매가 증가하고, 항공사들은 승객 체중 감소로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헬스장과 리조트 산업도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패스트푸드와 외식업계 역시 매출 감소 우려에 직면했습니다. 유라 리우코니테 코넬대 마케팅 및 응용 경제학 교수는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패스트푸드 매출 감소는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며 사람들이 약을 얼마나 오래 지속적으로 복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비만 신약 ‘원조 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에 주목할 만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늘 베스트 무버는 아니다”라며 뒤이어 나올 경쟁사들의 신약이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 대기업들이 경쟁 약물 개발에 뛰어들어 비만을 매개로 한 대사질환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메드익스프레스’의 소피 딕스 의학 책임자는 “GLP-1 약물은 비만과 당뇨병 치료는 물론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잠재력으로 인해 신약 혁신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촉매제로 평가받고 있다”며 “미래 신약 개발과 일자리 창출 모두에 있어 매우 심오하고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만 신약 시장은 추석 차례상처럼 풍성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라면 기업별 임상 데이터와 정책 변화, 시장 확대 속도 등 장기적으로 ‘비만 신약 혁명’의 수혜주를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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