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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은 지난 SK와 개막전을 치른 후 올해 자신의 가장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여유’라고 답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내 자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한 자리를 차지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에 경계심이 강하고 마음도 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자리가 있다 생각하고 편안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비에서 조금 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숱한 반복, 팀플레이 연습으로 흘린 굵은 땀방울을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어리지만 팀플레이에 있어 리드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연습들을 많이 한 것이 올해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경험이 무섭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감에 차있는 오지환. 3루수 정성훈 역시 “지환이 수비가 좋아졌다”며 칭찬한다. 그렇다면 유지현 수비코치가 보는 오지환은 얼마나 더 업그레이드된 걸까. 그리고 어떤 점에서 성장했을까.
유 코치는 오지환이 올해는 그냥 내야수가 아닌 진정한 유격수로 거듭날 수 있는 해라고 말한다. 세밀한 플레이에 미숙함을 보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그런 부분에 있어 완성도를 기했다는 설명이다.
유 코치가 오지환에게 강조한 것은 실책 이후에 보여주는 모습이다.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을 기대한다. 유 코치는 지난 달 31일 SK와 경기를 예로 들며 오지환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했다.
5회말 2-1로 앞서던 상황에서 LG는 위기를 맞았다. 정성훈의 실책으로 선두타자 박진만을 내보낸데 이어 조인성의 희생번트 후 임훈의 타구를 오지환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것. 묘하게 분위기가 흐르던 상황에서 흔들릴 법했지만 오지환은 담담했다. 다음 타자 이명기의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시키며 위기를 모면했다.
오지환이 말한대로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부분이 플레이에서도 안정감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 코치는 “연습을 통해서 여유가 생겼다는 것, 시야가 좁다 보니 바쁘기만 했는데 여유가 느껴진다는 것이 올해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작년까지는 스스로 자기 자리에 부담스러워했지만 올해는 진정한 주축이다. 그동안 실수가 실력으로 판단됐다면 이제는 실수가 정말 실수로 느껴질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오지환이 말한 내야 리더 역할에 대해선 어떤 점수를 주고 있을까. 유 코치는 단순한 리더의 역할보다 그만큼 오지환의 시야가 더 넓어졌다는 점에 더 만족스러워했다.
유 코치는 “내야리더 역할까지는 아직 기대하진 않는다. 그런 역할까지 해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통은 경험많은 선수들이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지환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젠 자신의 플레이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