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제출한 서면 연설문에서 “세계 경제가 조속히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단기적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조한 기존 정책 조합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성과를 보였으나 뒤이은 세계경제의 회복에 있어서는 한계를 나타냈다”며 “이제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는 창의적이고 과감한 ‘성장친화적 확장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서면 연설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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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Patrick Pruaitch 의장님, Christine Lagarde IMF 총재님, Jim Yong Kim 세계은행그룹 총재님, 그리고 동료 Governor 여러분!
2. 세계경제 상황 진단
그간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라는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과감한 확장적 경제정책과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해 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우리는 지난 위기들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일상화된 저성장(secular stagnation)’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회복세는 예상보다 취약한 상황이며, 나라마다 회복 양상이 달라 통일된 대응이 어려운 가운데 하방위험(downside risk)은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선진국들 간 통화정책 방향이 서로 상이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저하되고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편, 최근 우크라이나, 중동 등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장기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의 위험부담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개선하고 실물경제의 투자로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배의 관점에서도 그간 신흥국 경제성장에 힘입어 전 세계 절대빈곤 규모는 감소해 왔으나, 개별 국가 내 소득계층 간의 격차나 글로벌 수준의 불평등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빈곤퇴치’와 ‘공동번영’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소득수준의 제고를 넘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정책을 추진할 것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3. 글로벌 경제 회복을 위한 전략 제언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오늘 세계경제가 조속히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신속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입니다.
그간 세계경제의 회복은 단기적인 경기회복의 관점에서 재정·통화정책 중심으로만 논의되어 왔지만,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에도 공급역량 강화 및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야 합니다.
구조개혁은 중장기적인 과제가 아니라, 경제심리 개선과 투자 활성화, 경제의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IMF·OECD 등 국제사회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신속한 구조개혁 정책을 결합한 한국의 성장전략이 갖는 정책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둘째, 과감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입니다.
정부의 신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어 단기적인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조한 기존의 정책 조합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성과를 보였으나, 뒤이은 세계경제의 회복에 있어서는 한계를 나타내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글로벌 경기 회복을 위해 각국이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맞는 창의적이고 과감한 ‘성장친화적 확장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제대로 설계된 확장적 거시정책은 노동시장 참여 및 소비·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세수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구조개혁의 성과를 높여 잠재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달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 세계적인 저성장·저물가와 더불어 국내 소비와 투자가 둔화되는 ‘축소균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과감한 성장친화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해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하는 동시에,일자리 확대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중입니다.
기업소득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투자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개혁을 가속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기회가 늘어나도록 유망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 분위기 일신을 위해 금년에 41조원 이상의 금융?재정지원을 실시하고 내년도 예산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계획입니다.
이와 같은 정책 조합을 통해 한국은 국내적으로 내수와 수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 균형을 달성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글로벌 리밸런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셋째, 글로벌 정책공조 강화의 필요성입니다.
지난 금융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우리는 파급효과(spillover)와 역파급효과(spillback)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정책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선진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대규모 시장 조정 가능성 등 금융시장의 위험이 확대되고 복잡해지는 환경에서,우리가 각자의 국내 정책적 목표만 우선할 경우 자칫 급격한 환율변동 등으로 주변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결국 자국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원화된 글로벌 위험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위험 관리 및 공동 이익의 관점에서 국가 간 명확한 의사소통과 긴밀한 정책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협업과 공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소득 개도국들에 대한 지원과 빈곤퇴치,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WBG를 중심으로 민?관 간, 다자개발기구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4. IMF 및 WBG의 변화와 역량 강화 제언
이처럼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IMF와 WBG의 역할과 역량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정책분석을 정교화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권고함으로써 각국의 경기회복 및 구조개혁 노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에볼라 사태와 같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결, 인프라 투자 촉진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민?관 간은 물론 WBG와 GCF?WHO 등 국제기구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에 저는 최근 진행된 WBG의 개혁이 조만간 개별 국가의 전략과 원조 지원 간 연계를 높이고 민?관의 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등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WBG이 공여국과 수원국 간은 물론 다른 다자개발은행이나 GCF 등의 국제기구와도 다양한 협력방식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도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경험을 살려 WB 한국사무소 등을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지적 기여를 강화하겠습니다.
한편, IMF가 세계경제의 위험을 조기에 방지하는 신뢰할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 합의된 쿼터개혁안을 조속히 발효시켜야 합니다.
5. 맺음말
옛날 중국의 뛰어난 신의(神醫)로 알려진 화타(華陀)는 같은 증상으로 자신을 찾아온 두 사람에게 각각 병의 원인에 맞는 서로 다른 약을 처방하여 모두 낫게 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저성장·저물가는 총수요 부족 이외에도 구조적인 제약요인들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회복 양상과 여건도 상이해지고 있습니다.
일국의 정책이 세계경제를 통해 다시 자국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 연계성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증하약(對症下藥)’의 고사처럼 우리는 이와 같은 현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구조개혁 노력을 신속히 추진하는 동시에 각국의 상황에 맞는 과감한 성장친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글로벌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상호 의사소통과 글로벌 정책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IMF와 WBG는 글로벌 이슈의 핵심을 정확히 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각국에 효과적인 정책을 권고하는 동시에, 글로벌 이슈 대응을 위한 협업체계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일상화된 저성장’이 세계경제의 ‘만성질환’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각국의 여건을 고려하여 화타(華陀)와 같은 신묘한 처방을 내려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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