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750년 전통에서 배워야할 韓정치[이택수의 여론 읽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 등록 2025-04-28 오전 5:15:00

    수정 2025-04-28 오전 8:51:18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월 21일 선종하면서 콘클라베(Conclave)가 다시 전 세계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 선거제도로 교황 선종 이후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단이 진행하는 교황 선출 비밀회의를 일컫는다. 콘클라베의 결과는 투표용지를 소각해 외부로 알리는데 미결시에는 검은 연기, 선출시에는 흰 연기가 난다.

라틴어로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했다.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데 외부와 차단한 비밀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선거를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추기경들을 특정 장소에 유폐한 후 빵, 물, 포도주만 공급하는 콘클라베 방식은 1274년 열린 제2차 리옹 공의회에서 제도화한 후 7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교황 선출 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나라의 주요 정당 공천 제도를 보면 매 선거 때마다 오락가락이다. 경선 룰 자체가 후보 선출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불공정 논란, 선거 후유증이 매번 반복된다. 밀실공천, 파벌공천 등의 논란에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불거진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원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투표에 참여해 온 ‘완전 국민참여경선’,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 이번에 변경되면서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정하기로 확정했고 이에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 거부를 선언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변경된 룰에 저항하다 결국 수용하고 경선에 참여 중이지만 힘이 없다.

국민의힘도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를 주장해 온 유승민 전 의원이 ‘50 대 50’ 경선룰에 반발하면서 경선에 불참했고 나경원 의원의 경우 4강 컷오프에서 탈락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황교안 전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선 제도에 대한 해법으로 최근 정당 자율성을 존중하는 상향식 공천 법제화가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정당공천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당대표가 임명한 소규모 공천관리위원회의 과도한 권한, 중앙당에 집중된 공천권, 단수추천·전략공천 등 비민주적 하향식 공천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도입을 주장했다.

실제로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46명의 후보자 중 10%인 25명을 전략공천, 50%인 122명을 단수 추천했으며 경선을 통한 결정은 40%인 99명에 불과했다. 국민의힘도 254명의 후보자 중 15%인 39명을 우선 추천, 52%인 131명을 단수 추천했고 경선을 통한 공천은 33%인 84명에 그쳤다. 경선을 치르지도 못하고 탈락한 후보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고 공천받은 자들도 다음에 또 공천되리라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향식 공천 법제화는 정당이 당원경선방식, 당원대회방식, 예비선거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원경선방식은 당원의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며 당원대회방식은 당원이 모여 토론과 의결을 거쳐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비선거방식은 당원을 포함한 유권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당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경우에 활용할 수 있다.

위인설법(爲人設法)처럼 선거 때마다 바뀌는 당내 경선의 문제 때문에 후보 당사자들 뿐 아니라 관전자인 유권자도 개운치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는 위의 상향식 공천 법제화를 도입해 국회의원들 스스로, 그리고 그들이 속한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공정한 룰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정치가 3류, 4류에 머물러 있지만 그래야 2류, 1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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